[데스크칼럼] 금통위원의 편향 그리고 불통

입력 2021-10-20 18:00 수정 2021-10-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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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금융전문기자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에 다음가는 사람.’ 현인(賢人)의 사전적 의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을 일컬어 이른바 ‘7인의 현인’이라 부른다. 한국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의 역량이 있음을 인정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대우도 상당하다.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차관급 예우와 함께 2020년 기준 3억342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업무추진비, 차량 지원 등까지 합하면 연 5억 원 정도 된다. 이주열 총재가 취임 초 부총재를 중도 퇴임시킨 예를 제외하면 최근엔 임기 역시 보장되고 있다.

이런 금통위원들이 올해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은 국감에서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총재를 제외한 현 금통위원 중 가장 오래 재직 중인 임지원 위원을 불러 세워 추천기관으로부터 어떻게 추천받았는지, 금통위원의 주요 소통채널인 기자간담회가 2019년 11월을 끝으로 중단된 이유는 뭔지를 따져 물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통위 회의록(의사록)이 왜 익명으로 돼 있는지를 지적했다. 아울러 금통위원 급여만 봐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나 각부 장관, 대통령보다도 많다며 좀 더 책임감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사실 이 같은 지적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우선, 금통위원 구성원들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은 십수 년 전부터 나왔다. 그 사이 금통위원 수를 늘려 추천기관을 노동계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안도 있었고, 금통위원들이 과연 추천기관 추천을 받아 임명되는지에 대한 의심도 컸다.

실제, 이명박(MB) 정부 시절 1년 넘게 금통위원이 공석일 당시 국회에 출석한 대한상의 회장을 상대로 왜 추천하지 않는지를 따져 물었을 때 대한상의 회장이 “청와대에서 언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은행연합회에서 후임 금통위원을 추천할 당시에도 인선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연합회 고위 인사는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곧바로 서류를 갖춰 추천할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당연직 위원을 뺀 금통위원 면면을 보면 정권별로 일부 출신이 차지하는 소위 쏠림현상도 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함준호, 조동철, 이일형, 고승범, 신인석 위원 중 3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임지원, 조윤제, 고승범(연임), 주상영, 서영경, 박기영 위원 중 3명은 국민경제자문회의 출신이다.

금통위원 기자간담회도 2019년 11월 임지원 위원을 끝으로 2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과 중장기적 이슈가 아닌 다음번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로 관심이 쏠리면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이주열 총재와 임지원 위원이 국감에서 답했지만, 위원들의 은둔은 의도적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작년 4월 취임한 조윤제·주상영 위원은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조차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한 위원은 최근 왜 기자들과 만나지도 않느냐는 질문에 “조용히 있어야죠”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의사록에서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과거 통화정책이 정권 입맛에 휘둘릴 때야 로비 등 압력을 예방하고, 한은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익명성이 필요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고, 현직 금통위원 중에서도 실명 공개를 찬성하는 위원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은은 2014년부터 익명의 의사록을 분석해 어떤 금통위원이 어떤 말을 했는지를 추정, 실명으로 기사화했던 한은 출입기자를 상대로 허위보도 혹은 가짜뉴스라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추정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익명으로 공개되는 의사록을 추적하고 중앙은행 감시자로서 노력하고자 했던 기자 본연의 역할에 손발을 묶으려 했던 한은의 의도는 비판의 여지가 많다.

이 밖에도 과거엔 금통위원이라고 하면 오랜 경험을 쌓은 후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자리로 인식됐었다. 다음 자리를 인식하지 않아야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엔 비교적 소장파들이 금통위원에 앉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역동성을 불러일으킬 필요도 있다는 점에서 일견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균형점을 어느 선에서 맞출지를 고민해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

‘7인의 현인’이라는 평가에 걸맞은 금통위원들이 돼 주길 주문해 본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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