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없애라” 생존 공식 새로 쓰는 유통업계

입력 2021-10-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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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앞둔 유통가 생존 키워드 '간소화'ㆍ'축소'
인력ㆍ자산뿐 아니라 조직 체계도 슬림화
몸무게 줄여 시장 변화에 민감성 높이려는 것으로

유통업계에 미래를 위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창립 이래 최초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순환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회사 상징인 본사 사옥을 과감히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다. 대표도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OO님'으로 부르며 직급 체계까지 손봤다. 조직 생존에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과감히 떼어내, 향후 시장 변화를 앞두고 '유연성'을 기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력 감축 작업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업계는 구조조정과 채용을 병행하며 인력 적체 해소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슈퍼마켓, 홈쇼핑 등의 사업을 하는 '유통 공룡' GS리테일은 희망퇴직 실시를 결정했다.

2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GS리테일은 최근 희망퇴직 안내 메일을 대상 직원에게 보냈다. 대상자는 20년 이상 과ㆍ차장급 이상 인력이다. △연봉의 1.5배(18개월 치) 지급 △학자금 지원(4000만 원 수준) 등이 희망퇴직 조건이다.

업계는 GS홈쇼핑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GS리테일이 인력 적체 해소를 통해 온라인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GS리테일은 희망퇴직과 별개로 신규 채용 계획도 밝혔다. GS리테일은 편의점 80여 명ㆍ수퍼 40여 명ㆍ디지털커머스 20여 명 등 140여 명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의 규모다.

최근 롯데백화점도 희망퇴직 접수를 마감했다. 이 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창립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20년이 넘은 직원 2000여 명이었다. 대상자의 25% 수준인 5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체질개선 및 인재 순환의 일환"이라며 "채용도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이마트)
(사진제공=이마트)

불필요한 자산은 과감히 매각한다. 그 자산이 회사를 상징하는 '본사 사옥' 일지라도 예외는 없다. 이마트는 본사와 성수점의 토지와 사옥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게임사 크래프톤에 매각키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매계약 체결은 11월 예정돼 있다. 소유권 이전 및 잔금 지급은 다음 해 1월이다.

성수동 본사는 연면적 9만9000㎡ 규모로 이마트 본사와 성수점이 입주해 있다. 현재 성수점 인근 성수동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 결국 성수동 본사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올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비롯해 패션 플랫폼 W컨셉 인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매입 등 인수·합병(M&A)에 약 4조 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이마트가 현금 1조 원가량을 손에 쥘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트 성수점은 매각 후 재개발이 끝나면 신축 건물 일부에 다시 입점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전략적 자산 재배치 일환”이라고 말했다.

간소화 기조는 직급 체계에서도 드러난다. 직급 구분을 없애는 게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차ㆍ부장급 통합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기존 5단계였던 직급은 4단계로 축소된다. 기존 사원(A), 대리(SA), 책임(M), 수석(S2·S1) 체계에서 수석 직급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원 승진 연한이 절반 수준으로 줄게 된다는 것이 롯데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직 유연성을 높이려는 조치"라며 "향후 타 계열사에도 이 같은 직급 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마트도 지난달 1일부로 수평적 호칭제를 도입했다. 이름 뒤에 과장, 차장, 부장 등 직급 대신 '님'을 붙여 부르는 식이다. 대상은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전 임직원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도 '희석님'으로 불린다. 수평적 호칭제는 이마트에서만 적용되고, 신세계백화점 등 타 계열사에선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4단계 직급 체계(밴드 1~4)는 유지한다.

이마트는 "이번 조직문화 변경으로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활발한 의사소통 및 열린 토론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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