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계획 '초단기'로...수출때문에

입력 2009-02-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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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1분기 이후에나 확정…연간 계획 사실상 포기

올해 들어 1월 수출이 선박류를 제외한 모든 주력부문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기업들이 경영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연간 경영계획의 윤곽을 잡았지만 한달만에 모든 예측치를 훨씬 하회하는 경기악화로 인해 계획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을 이미 확정했던 기업들도 당장의 수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각종 경제지표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불황과 국내경기 위축 등으로 경영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3~6개월 단위의 '시나리오 경영' 계획을 통해 능동적인 대처를 해 나간다는 방침이었지만 아제는 1개월 단위의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돌아섰다. 사실상 연간 단위 경영게획 수립은 엄두도 낼 형편이 아니다.

이는 기업들이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1월 수출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나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수출실적 악화로 인해 경영계획을 새로 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연간 경영계획 수립은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1~2개월 단위 경영 계획을 세워 경기변동에 따른 위기상황에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사업 전망이나 경영 상태가 양호한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경영계획 수립에 여유를 둘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1개월마다 초단기 목표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올해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수출실적, 환율 등 각종 경기지표를 주시하면서 2개월마다 단기 경영계획을 세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주요 수출국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우리나라의 석유제품부문 1월 수출은 14억4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0% 감소했다. 반면 환율은 연초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유가와 환율 등 각종 경기지표의 변동성이 커 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며 "그룹 전체 경영계획 보다는 계열사별로 단기 계획을 세워 위기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연간 사업계획을 짜기는 더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3월까지도 경영 계획안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연간 단위 경영계획 수립을 사실상 포기했으며, 경기불황과 국내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경영계획 수립 주기를 점차 앞당기고 있다. 당초 6개월 단위의 시나리오 경영 계획에서 다시 3개월 단위 대응으로, 최근에는 1개월 단위로 대응으로 주기를 또 다시 바꿨다.

이는 액정디바이스, 반도체, 가전 등 주력제품의 우리나라 1월 수출실적이 전년대비 40~60% 가량 감소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연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는 시장과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수출 기업인 현대·기아차 역시 시나리오 경영에 나선 상태다. 세계 경제가 워낙 불투명한 탓에 현대·기아차 역시 월별 현실 여건에 맞게 업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석유화학업종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LG화학도 경제지표 악화로 경영계획을 수정, 1분기 이후 발표할 예정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당초 경영계획을 세웠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경영계획의 기반이 되는 경기지표들이 모두 변했다"며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1분기 이후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 효성그룹 등도 경영지표들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연간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경영계획을 일찌감치 수립했던 두산, STX, GS 등도 경기상황을 보면서 수정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 관계자는 "생산 판매 등 주요 월간 경영지표가 목표대비 50%도 채 안되면서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할 판"이라며 "시장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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