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출신' 꼬리표 있지만…'UN가입·올림픽·토지공개념' 노태우 공적들

입력 2021-10-26 16:13 수정 2021-10-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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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과 같아
여전히 '12·12 쿠데타 주역' 꼬리표
재임기간, 외교·경제·부동산 등은 좋은 평가
공산국가 수교…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1988 올림픽 성공 개최…부랑자 강제수용 '갈등'도
과감한 부동산 정책에 '물량 폭탄'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하나회를 조직하고 정치군인 경력으로 인생에 한 획을 그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별세했다. 공교롭게도 군사정변을 주도했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과 같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인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수용한 후, 군사정권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고자 그해 12월 '보통사람'을 표어로 내세우며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정치권을 떠난지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독재 군부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12·12 쿠데타의 주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충청북도는 지난 4월 청남대학교 내 노태우 동상에 '1979.12.12 신군부의 수괴로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 장악', '계엄군을 동원해 5‧18민주화운동 무력 탄압' 등의 역사적 평가를 담은 안내판 설치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동안 추진한 외교·경제·부동산 등의 몇몇 분야의 정책과 방향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당시 탈냉전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소련과 중국 등 공산국가와 수교해 북방 외교에 기틀을 다지며 국제적인 입지를 넓혔다는 평을 듣는다. 또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개최해 북한과 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을 성사시켰다. 그는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기도 전인 1988년을 시작으로 3차례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1988년 개최한 서울올림픽 역시 서방과 공산 진영 국가 대다수가 참가해 성공을 거뒀다. 다만 경기장 건설 등 준비 과정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 또 부랑자와 장애인들을 보호시설에 강제수용시켰고, 그 과정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등 인권 침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 성장 역시 양호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연평균 8%가량 성장 유지하며 호황을 보였다. 또 최저임금제를 처음 도입해 실업률을 낮추고, 내수 활성화도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토지공개념 적용을 위한 3법은 현재도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토지공개념 3법은 1980년대 말 제정된 법률이다. 당시도 현재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던 때다. 지금은 코로나19 파장에 재정이 풀리며 유동성이 불어난 탓이라면, 이때는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이른바 ‘3저 호황’으로 인한 급격한 경제성장이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이에 노태우 정부가 내놓은 3법이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다.

하지만 개발이익환수제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고,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는 시행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폐지됐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도 원인이 됐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시작되자 김영삼·김대중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폐지가 확정됐다.

여러 차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도 가격 상승이 잡히지 않는 지금, 이 과거 법률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금 꺼낼 수 있는 규제 정도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자명해졌으니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헌이 전제되는 만큼 실현하긴 쉽지 않다.

노태우 정부의 또 다른 대표적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주택 200만 호 공급이라는 ‘물량 폭탄’이다. 전국 주택 수가 750만 호 정도였던 당시 경기 분당과 일산 등 1기 수도권 신도시를 조성해 전체 4분의 1에 달하는 물량 공급을 공급한다는 계획은 충격이었다. 당시 아파트 건립을 위해 바다 모래까지 싹쓸이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다만 단기간에 무리하게 공급하면서 부실공사가 잇따르고, 수도권 주택이 급증하면서 인구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역시 지금까지도 우리 생활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TX 고속철도 개발정책 발표, 인천국제공항 착공 등이 대표적 예다. 아울러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치안 1등 국가의 밑거름을 마련한 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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