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믿어주세요"ㆍ"보통사람의 시대"… 노태우 전 대통령 어록

입력 2021-10-26 16:08 수정 2021-10-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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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로 숨졌다.

지병으로 오랜 시간 병상 생활을 한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가 악화하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6·29 선언 이후 첫 직접 선거로 대통령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어록을 살펴본다.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13대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발언)

노 전 대통령이 1987년 선거에 쓴 슬로건 “보통 사람의 위대한 시대”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박정희·전두환 두 전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 역시 군부 이미지가 강해 이를 희석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선거 전략이 됐다.

“부의 부당한 축적이나 편재가 사라지고 누구든지 성실하게 일한 만큼 보람과 결실을 거두면서 희망을 갖고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입니다.”, “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어느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시대’가 왔습니다.” (1988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부가 ‘문민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며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오늘부터 정부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제 청와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 여러분의 친근한 이웃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보통 사람’ 들을 위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6·29선언과 같은 결단, 나는 두 번 다시 그런 결단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결단은 엄청나게 불행한 사태 속에서 목숨을 걸고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989년 한국일보 창간 35주년 기념 특별회견)

군부 정권과 차별화를 두며 출발한 정권답게 민주주의에 대한 뜻을 자주 드러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5·18 광주민주화운동 가해 책임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 이름은 조부께서 지어주신 것으로 ‘크게 어리석다’는 두 글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동양사상에서 보면 ‘크게 어리석은 것’은 곧 ‘크게 슬기로운 것’으로 내 이름에는 그분의 소망이 숨겨져 있습니다.“ (1990년 곤츠 헝가리 대통령 내외를 위한 만찬 중)

노 전 대통령은 이름에 한자 클 태(泰) 어리석을 우(愚)자를 썼다. 취임 후 “나는 이름부터 ‘큰(泰) 바보(愚)이니’ 당신들이 많은 의견을 내 달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회의를 굉장히 자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유엔 가입을 신청한 지 42년 8개월, 오랜 기다림 끝에 회원국이 됩니다. 이제 남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던 어두운 타율의 역사는 끝이 났습니다.” (1991년 시애틀 교민 오찬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1949년 1월부터 유엔 가입을 신청했으나 상임이사국인 구소련의 거부로 계속 부결됐다. 그러다 구소련이 국력을 잃고 붕괴하기 직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며 처음으로 세계 무대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다음은 그 밖에 어록이다.

-”전쟁의 참화와 분단의 고통을 당해온 우리가 이제 화해와 평화의 횃불을 온 인류의 가슴속에 지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폐막에 즈음해 국민께 드리는 감사 말씀’에서)

- ”물, 그것은 마시면 들어가고 흘리면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물의 힘은 참 크지요. ‘물대통령’이란 별명 참 잘 지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1989년 프랑스 교민 리셉션 중)

- ”40년의 짧은 기간에 그처럼 헌정사의 단절과 파란을 겪어야 했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온전한 전직 대통령을 가지지 못해온 우리 현실에 더 뼈아픈 통한을 느꼈습니다.“ (1990년 ‘과거 문제 종결에 즈음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 ”북방정책이라는 것은 가까운 길이 막혀서 도저히 갈 수 없다면 우회를 해서라도 가려는 것입니다. 더 먼 길이라고 하더라도 도중에 가시밭길이 있어 다리에 피가 나더라도 그것이 통일로 이르는 길일 때에는 우리는 서슴지 않고 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북방정책의 기본 구상이며, 철학이기도 합니다.“ (1990년 MBC 창사 29주년 기념 특별회견에서)

- ”옛말에 남남북녀라고 했는데 우리 농촌 총각들은 신붓감이 없어 중국 동포 처녀들을 신붓감으로 구하기도 한답니다. 두 분 총리가 남북의 처녀, 총각들을 중매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진전됐으면 좋겠습니다.“ (1991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대표단 접견 중)

- ”국회는 어디까지나 여당이 이끌어 나가는 ‘여의도’가 되어야지, 야당에 끌려다니는 ‘야의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지난날 여소야대의 국회가 주는 교훈입니다.“ (1992년 제14대 총선 민주자유당 공천자 공천장 수여식)

- ”나는 그동안 당총재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아왔습니다“ (1992년 민주자유당 총재직 사퇴 선언)

-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참용기입니다.“ (1992년 6ㆍ29선언 5주년 기념 ‘보통사람과의 대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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