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6일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딸 사랑이 남달랐다. 그는 ‘88 서울 올림픽’을 불과 나흘 앞두고, 청와대 영빈관을 식장으로 꾸며 딸의 혼례를 치렀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냉정한 수장이었지만, 아버지 노태우는 그 누구보다 따뜻했다.
그래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10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는 가친을 보며 늘 애달파했다. 그 심경은 그가 남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노 관장은 올해 4월 자신의 SNS에 ‘아버지의 인내심’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엄부를 추억했다.
그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어떻게 십여 년을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단 한 달도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상에서 아버지(그리고 어머니)께 허락된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셨는데, 바로 인내심”이라며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고 계신 아버지를 뵈면, 이 세상 어떤 문제도 못 참을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가 아버지의 좌우명”이라며 “정말 어려운 길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한 달 뒤 어버이날에도 “아버지가 오늘따라 두 눈을 크게 뜨고 계셔서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며 “아빠의 사랑 듬뿍 받고 자랐는데 그게 저를 버티는 힘”이라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