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접고 대체육ㆍHMR 힘주는 롯데푸드...한돈 농가와 갈등

입력 2021-10-28 16:12 수정 2021-10-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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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푸드, 경북 도축장 폐업 결정에 경북 한돈농가, 폐업 철회 생존권쟁취 기자회견 열어

식육 사업 정리 일환으로 경북 도축장을 폐쇄하는 롯데푸드와 이를 반대하는 경북 한돈농가가 갈등을 빚고 있다. 롯데푸드는 가정간편식(HMR) 사업 강화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경북 한돈농가는 일방적인 폐업통보로 당장 돼지 출하처를 잃게 됐다며 사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푸드가 대체육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푸드 본사 앞에서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28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푸드 본사 앞에서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28일 경북지역 한돈농가(이하 경북도협)는 서울 영등포구 롯데푸드 본사와 잠실 롯데그룹 본사 앞에서 잇따라 '김천 롯데 도축장 폐업 철회 생존권쟁취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푸드 도축장 폐업으로 경북 지역 120여 양돈농가에서 출하되는 일평균 1500두의 돼지들이 하루아침에 출하처를 잃게 됐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이날 "경북 김천의 거점도축장 롯데푸드가 12월 31일을 끝으로 육가공 및 도축사업을 중단한다고 한돈 농가에 통보했다"라면서 “올해말 도축장이 폐쇄될 경우, 수년간 롯데를 신뢰하고 생돈공급계약을 체결한 농가에서는 아무런 대책 없이 거래처를 상실, 지급률 하락, 도축능력 저하 등으로 해당 지역 한돈농가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도협은 롯데푸드에 도축장 폐업을 2년 유예하고,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면 타 기업에 임대나 매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북도협은 "롯데는 상생의 정신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안정화될 때까지 2년간 폐업을 유예해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경북도협은 또 "롯데 김천도축장의 폐업이 불가피하다면 타 기업에 임대 또는 매각 추진해줄 것을 촉구한다"라면서 "도축장 및 육가공장은 대한민국 농축산업소득의 40%를 차지하는 축산업의 바탕을 이루는 기간산업으로 롯데 김천 도축장·육가공장이 작업을 멈출 시 경북지역 경제 타격과 손실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푸드는 이달초 HMR 사업 강화, 수익성 개선 등을 이유로 식육 사업 부문의 생산 및 판매를 12월 31일 기점으로 중단하겠다고 공시했다. 사측은 지속적인 사업부진과 낮은 성장 가능성 등으로 이 사업을 접게 됐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 사업 중심의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푸드 측은 "현실적으로 도축장 폐쇄 유예는 힘들다"라면서 "다만 식육사업은 중단되지만 당사가 국내 농가로부터 수매하고 있는 원료용 돈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매를 할 계획이다. 청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식육사업의 실적보다는 기존 거래 농가의 수요처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농가의 판로개척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쉐푸드 모델 배우 김우빈  (롯데푸드)
▲쉐푸드 모델 배우 김우빈 (롯데푸드)

실제로 삼겹살, 돼지고기 등을 취급하는 롯데푸드의 식육 사업 부문은 연평균 1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푸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정도로,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는 효과가 예상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공백은 HMR를 비롯한 성장 사업 확대 및 M&A 등을 통해 보완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롯데푸드가 식육 사업을 접으면서 경북 김천공장의 설비는 정리되는 대신 '쉐푸드'(Chefood)를 앞세운 HMR 브랜드가 대신한다. 쉐푸드를 키우기 위해 롯데푸드는 올 상반기동안 총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김천공장 생산동을 증축하고 평택공장에는 밀키트 생산라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HMR 매출액을 지난해 2031억 원에서 올해 2410억 원으로 20%가량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식육사업은 향후 사업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안정적인 수익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사료-양돈-식육(유통)으로 수직 계열화된 축산전문기업과 비교해도 도축장ㆍ판매만 운영중인 롯데푸드로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육사업 중단 이후 김천 공장을 HMRㆍ육가공 사업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현재 식육 부지 활용방안을 포함한 미래성장 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대체육 사업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푸드는 대기업 최초로 2019년 자체 개발, 생산한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하고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해왔다.

이에 대해 롯데푸드 관계자는 "식육사업은 수익성 부진, HMR 사업 확대를 위해 정리하는 것이지 대체육 사업과는 무관하다"라면서 "대체육 사업은 건강 식단 등 최근 소비 트렌드에 따라 관련 니즈가 발생하면서 진행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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