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드라마 ‘마이네임’은 클리셰 덩어리다. 영화 ‘아저씨’와 ‘신세계’의 기본 포맷을 가져왔으며 영화 ‘무간도’의 오마주 같다는 느낌을 쉽게 떨쳐 버리긴 어렵다. 뭐 그렇게 따지면 모든 세상의 ‘이야기’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겠는가?
시나리오 작가 로널드 B.토비아스는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라는 책에서 결국 이야기는 모두 스무 가지의 플롯에서 변화와 변형을 주어 관객이 마치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눈치채지 않게 차별화와 새로움을 주되 수용자의 감정선에 호소력 있게 천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마이네임’은 걸크러쉬 여주인공 역을 맡은 한소희의 파격적인 변신이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보여줬던 유부남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여주인공 혹은 ‘알고 있지만’의 여리고 두려움 많은 여대생의 모습을 과감히 깨부쉈다. 3개월간의 특훈과 10킬로를 찌우는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한 결과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지우(한소희)의 인생의 목표는 딱 하나,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이다. 조폭의 우두머리를 찾아간 지우에게 그(최무진,박희순 역)는 복수를 하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말한다. ‘언더커버’가 된 지우는 모든 자신의 과거를 다 지우고 새로운 이름을 받는다. 흔히 그렇듯 진실의 무게는 그녀가 감당하기 점점 어려운 지점으로 내몬다. ‘마이 네임’을 떳떳이 밝히기 어려운 정체성의 혼돈을 겪지만 아프고 힘든 건 어느 이름을 갖든 매한가지다.
요즘 우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그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