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수면 위 떠오른 기획재정부 해체론

입력 2021-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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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최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모이면 주요 이야깃거리가 기재부 해체라고 한다. 기재부 공무원들을 보면 걱정 어린 시선과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탄생한 기획재정부가 14년 만에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체론이 나왔지만, 말로만 그쳤다. 그러나 차기 정부에선 누가 정권을 잡던 기재부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관가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재부 해체는 기정사실화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공공연히 기재부를 비판해왔고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 후보와 기재부(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기본소득, 지역화폐, 공공임대주택 공급,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서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유력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홍준표 후보가 당선돼도 어느 정도 기재부 힘 빼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가 해체된다면 2008년 이전처럼 재경부와 예산처로 나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총리실 산하였던 예산처를 청와대 산하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예산처가 청와대 산하로 간다면 대통령의 지시가 바로 예산으로 반영,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 일견 타당해 보인다. 다만 이럴 경우 국회의 예산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예산권 행사도 도입해야 한다. 현재 국회예산정책처가 있지만, 인원을 대폭 보강해서 원활한 감시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재경부는 위원회라는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운영 중인 금융위원회와 통합해 제대로 된 국내외 금융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조직개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재경부와 예산처가 업무를 어떻게 나누느냐도 중요하다. 2016년까지 기재부 상징은 무궁화와 열쇠였다. 열쇠는 곳간을 뜻하고 기재부가 나라 곳간, 즉 국고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재경부의 전신인 재정경제원, 재무부의 핵심도 국고였다. 여기에 공공기관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공공정책국도 국고국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감독하는 이유는 국고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2008년 이전에는 예산처에서 공공기관을 담당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재경부 산하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기형적으로 기재부에 들어와 있는 복권위원회도 타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사실 복권위를 정부가 운영하는 나라는 별로 없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민간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조직개편을 한다면 기재부 힘 빼기에 불과하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단순히 예산처로 나눈다면 어차피 지금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자리만 옮길 뿐”이라며 “청와대로 가든, 총리실로 가든 현재의 문제점을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면 모피아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다시 관건이 된다. 모피아는 재경부의 영문 약자인 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재경부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며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대어 만든 것이다.

기재부 자체적으로 조직개편 방안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재부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공무원이 모여 있는 조직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지만 어떤 방식의 개편이 좋은지 고민해보자. TF 하나 만들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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