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삼성 온실감축 미진…RE100 선언 서둘러야

입력 2021-10-30 13:51 수정 2021-10-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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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각국 정상 기후위기 위해 한자리
세계 곳곳 의회, '탄소' 기업 점검 풍경
10월 국감엔 삼성전자 출석…RE100 미가입 질타
"재생에너지 제도에 삼성은 왜 함께 안 하나"
글로벌투자자 "삼성, 탄소중립 로드맵 제시해야"
"구체적 이행 계획ㆍ목표 있어야 투자 매력↑"

▲현지시간 29일 한 행인이 영국 글레스고에서 개막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 배너를 지나치고 있다. (AP/뉴시스)
▲현지시간 29일 한 행인이 영국 글레스고에서 개막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 배너를 지나치고 있다. (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엑손모빌, BP아메리카 등 미국 석유 대기업 수장들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혼쭐이 났다. 오랫동안 지구를 기후 재앙으로 내몬 중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것. 일부 기업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연상시키는 리브랜딩을 통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했다는 질타도 받았다.

최근 들어 '탄소배출 주범' 기업을 향한 국제 사회 비판이 거세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그래스고에서 개막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코앞에 두면서다. 약 200개국에서 정상들을 포함해 2만5000여 명이 모인다.

회의에선 각국이 제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따져볼 전망이다. 세계 곳곳 정치권이 기업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검사하느라 분주한 배경이다.

◇한국도 '탄소공룡 청문회'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의원이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장성대 삼성전자 DS부문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전무에게 삼성전자의 소극적인 탄소중립 노력을 비판하자, 장성대 전무는 “‘RE100과 탄소중립 선언’모두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화면캡쳐=국회의사중계시스템)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의원이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장성대 삼성전자 DS부문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전무에게 삼성전자의 소극적인 탄소중립 노력을 비판하자, 장성대 전무는 “‘RE100과 탄소중립 선언’모두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화면캡쳐=국회의사중계시스템)

이 같은 풍경은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은 국내 대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로만 100% 전력사용) 실적이 저조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재계 1위인 삼성전자를 향한 지적은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국내 RE100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다. 일부 해외 사업장에선 재생에너지 100%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비로 실행 리스크가 크다고 본 것이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다수 기업은 줄줄이 RE100을 선언했다.

올해 국감장에서 삼성전자를 향한 비판이 거센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는 RE100 가입에 대해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면 적정한 시기에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조건부' 약속에 지난 1년간, 정치권도 제도 정비에 속도를 냈다. 올해 국정감사는 국회와 삼성전자의 1년간의 노력을 점검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E100 이행 수단인 △제3자 PPA △녹색 요금제 마련 등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국감에서) 국내 제도적 여건이 갖춰지면 RE100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삼성이 그렇게 요청한 덕분에 우리 위원회에서도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그사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도 REC구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생겼다"고 포문을 열었다.

국감장에선 삼성전자가 제3자 PPA와 REC 구매시장에 모두 참여한 적이 없는 현황도 함께 공개됐다. 또 녹색프리미엄으로 삼성전자가 구매한 490GWh 규모의 전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 1만6116GWh의 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반도체공장 P1~P3의 전체 전력수요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0.02%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소영 의원은 "삼성전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꼴찌다. 불소가스 저감률도 업계 최하 수준"이라며 "삼성전자가 여건이 안 돼 못했다는 시간 동안 KB금융, SK하이닉스, LG전자 전부 RE100 가입하고 자체적으로 선언했고, 경쟁사인 TSMC도 가입했다"고 지적했다.

◇전기 먹는 하마, 탄소도 내뿜는다

실제 삼성전자는 포스코,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1481만 톤으로 집계된다.

주로 사업장에서 쓰이는 전기와 스팀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해외와 달리 국내 사업장은 압도적으로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전력을 공급하다 보니 탄소 배출량도 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력사용량과 함께 늘어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국내 전력사용량은 15.3TWh에서 17TWh로 증가했다. 한해 사이 전력사용량이 약 1.7TWh가 뛰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전력으로 인한 간접배출이 무려 78%를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CDP(탄소공개프로젝트)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 대부분은 삼성전자 전체 사용전력의 71%를 소비하는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탄소 중립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소영 의원실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력수요 및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료에 따르면, P1~P3의 전체 전력수요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0.0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출처=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소영 의원실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력수요 및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료에 따르면, P1~P3의 전체 전력수요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0.0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출처=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삼성전자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유럽과 미국, 중국 내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총 9종의 메모리 제품이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의 '제품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전력 기반을 갈아치우지 않으면, 삼성전자의 전기 사용은 곧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P1, P2를 가동하고 있으며 P3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규모인 P3에는 기존 설비 대비 전력을 8~10배 이상 소요하는 EUV 설비가 대거 도입된다. 예정된 P3~P6까지 가동되면 약 2만1600GWh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부산광역시 전체(2만504GWh)가 쓰는 전기량과 맞먹는다. 삼성전자의 더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에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탈탄소 로드맵 그려야 헤매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촘촘한 탈탄소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보고서(2021)'를 통해 "향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공정 가스 처리 효율 향상 및 대체가스 개발, 고효율 설비 교체 등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명시할 뿐 구체적 이행 시기나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5월, 그린피스가 기후미디어허브와 함께 10대 그룹(총 100개사)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 의지ㆍ목표연도ㆍ중단기 계획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로드맵'을 찾기 어려웠다. 조사 당시 삼성전자는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아직 목표연도 등을 설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린피스 ‘리에너자이즈' 캠페인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그룹 전체 매출(333.8조 원)의 절반 상당(49.2%)을 차지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자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조사에서 목표 연도를 응답하지 않아 그룹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에 물음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기후행동 100+’가 탄소중립위원회에 보낸 공개 서한. '기후행동 100+'은 구체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촉구하면서 한국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로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진출처=KBS뉴스)
▲‘기후행동 100+’가 탄소중립위원회에 보낸 공개 서한. '기후행동 100+'은 구체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촉구하면서 한국 대표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로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진출처=KBS뉴스)

글로벌 투자자들도 삼성전자 RE100에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다. 이달 세계 최대 투자기관 모임인 '기후 행동 100+(Climate Action 100+)은 삼성전자에 대해 탄소 배출이 줄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탄소 감축과 관련한 주주 행동을 예고했다. 이투데이가 서면 질의를 통해 만난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삼성전자의 로드맵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 RE100, 탄소 국경세 등 기후 정책이 삼성전자의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KLP의 키란 아지즈(Kiran Aziz) 책임투자 대표는 "삼성이 한국 기업부문의 상징인 만큼 (삼성의) 100% 재생에너지 정책은 자체 주주 평판을 개선하고,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 국가적 전환 속도를 빠르게 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스웨덴 노르디아자산운용의 에릭 페데르센(Eric Pedersen) 책임투자 대표는 그룹 내 탄소 배출량이 높은 한국과 베트남 사업장을 언급하면서 "한국 경제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은 만큼 삼성그룹이 한국 에너지 공급의 녹색 전환을 가속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RE100 선언은 언제쯤
한편,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전자는 또다시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장성대 삼성전자 전무는 “RE100과 탄소중립은 모두 중요한 일”이라며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것이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고, 국가정책과 국제사회 요구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시점은 없었다.

지속가능투자업계에선 앞으로 글로벌투자자들이 COP26 이후 기업에 더 엄격한 잣대로 기후위기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구를 계속 뜨겁게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들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힘을 받는다. 이제 곧 COP26의 막이 오른다. 중요한 건, 회의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하는 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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