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제한 등 규제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현상)로 6억 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31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통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930건으로, 이 가운데 매매가격 6억 원 이하 계약 비중은 37.3%(347건)에 달했다.
서울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올해 상반기 30%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7∼9월 2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올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이달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건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6억 원 이하 매매 거래 증가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금리를 인상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보금자리론은 6억 원 이하의 주택 구매 시에만 받을 수 있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 원(신혼부부 8500만 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사들일 때 약정 만기 최장 40년 동안 2∼3%대 고정금리로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총대출액 2억 원이 넘는 대출자에 대해선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 서민금융상품은 DSR 산정 시 총대출액 계산에서 제외한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중랑구 신내동 다우훼밀리 전용면적 59㎡형은 이날 기준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3억∼4억 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이달 14일에는 5억7700만 원(9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해당 평형 매물이 나오면 6억 원에 사겠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도봉구 방학동 거성학마을 전용 59㎡형은 이날 기준 6억1000만 원으로 호가한다. 이 단지 역시 7월까지만 하더라도 4억 원대에 팔렸지만, 이달 13일 5억9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상환 능력 부담과 대출 규제가 덜한 소형 면적이나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매입은 증가하는 형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