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업들의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는 빠지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적이 상향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높은 실적에도 주가는 ‘지지부진’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3분기 기업들은 깜짝 실적을 보이는 등 호재를 이어가고 있다. 김광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66개 종목 가운데 31개 기업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어닝서프라이즈 비율은 47%를 기록하고 있다.
철강 업종에서는 POSCO와 현대제철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은행 업종도 전반적으로 최대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주가 성적표는 영 시원찮다.
대한항공은 올해 영업이익 9% 상향됐음에도 월초(10월 1일 기준 3만3650원) 대비 주가는 하락해 지난 29일 3만450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175.3% 오른 100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이뤘으나, 주가는 반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달 초(1일 기준) 27만3500원이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이날 22만5000원을 기록했다.
대형주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 3분기 매출 73조9800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6만 전자’를 왔다 갔다 하며 부진한 주가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최대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으나, 주가는 오름세 없이 월초와 비슷한 10만 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은 글로벌 모멘텀 지표가 답? = 기업의 실적은 주가를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런데 왜 지금은 높은 실적에도 주가는 따라가지 못할까.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 지표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익모멘텀은 글로벌 모멘텀이 좋을 때 성과가 나타났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지표에서 예상 하회가 진행되면, 추가 실적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경제환경 변화 우려로 실적 상향주의 주가 흐름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장 전체의 실적 전망이 하향되는 구간에서는 실적 상향주의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0월에는 인플레이션, 금리상승 우려와 같은 불투명한 거시 경제 환경으로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의심이 시장 전반에 깔렸다. 이달 코스피는 –3.20%의 수익률을 냈을 뿐만 아니라 코스닥은 ‘천스닥’으로 반등한 날을 손에 꼽을 만큼 지루한 시장 흐름을 이어갔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타이틀에도 주가가 무심하게 흘러가는 이유다.
이에 김 연구원은 “전통 이익모멘텀 스타일의 귀환을 위해서는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ESI)로 측정되는 경기모멘텀의 회복세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