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밈코인’의 민낯...‘오징어’ 사기극에 31만% 불어났던 시총, 휴지조각으로

입력 2021-11-02 15:21 수정 2021-11-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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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드 개발자 ‘러그 풀’ 사기…24억원 챙겨 도주
코인 가격 2861달러에서 0달러로 추락
게임 개발하겠다며 투자 유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사람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복장을 하고 거리에 서 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사람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복장을 하고 거리에 서 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등장한 밈코인 ‘스퀴드(SQUID·오징어)’의 개발자들이 사기를 저질러 코인 가격이 2861달러에서 0달러로 추락했다. 개발자는 210만 달러(약 24억 원)를 챙겨 도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유명세를 타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밈코인의 허상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가상화폐 시장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최고 2861달러까지 치솟았던 코인 ‘스퀴드’ 가격이 갑자기 ‘0’달러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스퀴드 출시 약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스퀴드는 출시 이후 전날까지 시가총액이 31만% 이상 불어났지만, 순식간에 휴짓조각이 됐다.

주가 급락은 트위터가 ‘의심스러운 활동’을 이유로 코인 스퀴드 계정에 경고를 표시하고 일시 정지 조치를 취하면서 벌어졌다.

CNN은 코인 스퀴드 개발자들이 ‘러그 풀(rug pull)’ 사기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러그 풀은 발밑의 카펫을 갑자기 잡아뺀다는 뜻으로,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에서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돌연 중단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을 의미한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러그 풀 직전 스퀴드 시가총액은 210만 달러로 추정된다. 개발자들이 해당 코인을 모두 현금화해 달아난 것이다. 코인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 스퀴드를 설명하는 백서도 전부 사라졌다.

스퀴드는 지난달 20일 ‘오징어 게임 프로젝트’를 위한 독점 게임 코인으로 출시됐다. 오징어 게임 프로젝트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게임으로 구성된 온라인 토너먼트로 11월 출시될 예정이었다. 개발자들은 스퀴드를 오징어 게임 프로젝트에서 게임 토큰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게임 우승자는 더 많은 스퀴드 코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스퀴드 코인은 물론 오징어 게임 프로젝트 모두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스퀴드 코인 출시 이후 가격이 하루 새 2400% 폭등하는 ‘난리통’ 속에도 이상 신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스퀴드 코인이 사기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해당 코인 홈페이지에 오탈자가 많고, 투자자들이 코인을 살 수는 있지만 팔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코인마켓캡도 투자자들에게 사기일 수 있다며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라’는 경고문을 내보냈다. 넷플릭스도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스퀴드 코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밈코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경고하고 있다. 또 다른 밈코인인 ‘시바이누’도 경이로운 급등세를 보이며 가상자산 시총 9위까지 올랐다. 시바이누는 지난해 8월 료시라는 익명의 코인 전문가가 ‘도지코인’의 마스코트인 시바견을 모방해 만들었다. ‘도지 아빠’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트위터에 시바견 사진을 올린 이후 느닷없이 시바이누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코넬대학 경제학 교수는 “많은 코인이 놀라울 정도로 투자자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면서 밸류에이션이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다”며 “설사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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