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구조조정 '철퇴'에 건설업계 위기감 고조

입력 2009-02-0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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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 과정을 둘러싼 은행권과 건설업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차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건설사중 일부는 “워크아웃이 시작도 되기 전에 부도가 날 판”이라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보기엔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영 시원치가 않다.

'구태'에 빠진 듯 엉거주춤 움직이는 모습이 은행권의 입장에서 볼때 탐탁치가 않은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란 부실징후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라며 “워크아웃이 됐으면서도 예전과 똑 같은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설사들이 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건설업계와 은행권이 건설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 데서 출발한다.

우선 은행권은 건설업계를 말 그대로 ‘중병환자’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과 이와 함께 들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건설업계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1~2년 사이에 될 일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붐’을 타고 일어났던 거품을 제거해야 마땅하다는 게 은행권의 방침인 셈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은행권의 목적이 건설업계의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이 아니라 채권 회수에만 맞춰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방만경영에 대한 군살빼기와 함께 지원을 병행한 워크아웃이 진행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구조조정을 통한 자금 확보로 채권 회수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은행권이 이번 사태 이후 건설업계 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떻게든 ‘회생’을 해보려는 건설업체와 냉정하게 ‘칼질’을 하려는 은행권의 시각차이가 현재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신규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워크아웃의 판이 짜여져 있다는 것.

C등급의 경우 신규 사업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C등급 건설사들은 우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거쳐 자금을 확보해야하고 미분양물량 해소에 주력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신규 주택사업 등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태고, 일반 발주물량 수주도 C등급 건설사라는 약점으로 인해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최근 경남기업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통영생산기지 2단계 6차 확장 공사를 수주한 것이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 같은 현실의 일면이다.

이는 B등급 업체도 마찬가지다. B등급 업체에 대해 은행권은 신규 자금 신청시 C등급으로 하향조치도 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즉 '돈 빌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게 은행권의 복심인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B등급 업체는 일단 C등급 업체와는 달리 수주에 불리한 점은 없다. 하지만 은행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안되는 상태에서 신규 유동성을 회전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아무 사업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게 B등급 업체들의 불만이다.

한 B등급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 중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가 몇 군데나 되는지 모르겠다”며 “그룹 계열사들이 그룹 일거리로 실적 챙기기에 나서고 있을 때 분투하고 있는 일반 건설업체들은 자기 자본이 없어 사업을 중단하게 될 판국이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IMF 당시 우성, 한신공영, 삼익, 한양 등 전통의 주택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 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공백이 생긴 건설업계가 재벌계열사들의 독식판이 됐듯 이번 건설업계 구조조정 결과 재벌계열사 및 대형사들의 독식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이들의 불안감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건설사가 계속 굴러가기 위해선 수익이 있든 없든 사업이 필요하다”며 “지나친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되는 국내 건설업계의 실력까지 구조조정 해버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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