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사고 못 막는 금감원…이번엔 ‘처벌→예방’ 親시장 행보 논란

입력 2021-11-03 12:17 수정 2021-11-0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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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제도 도입 20년…감독체계 개선해 금융지주 소속 계열사 검사 완화
정은보, 금융지주회장 첫 회동…“검사 방식 조정·그룹간 고객 정보공유 허용”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뉴시스, 자체DB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뉴시스, 자체DB
금융당국이 친(親) 시장으로 돌아섰다. 시장 질서와 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할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가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금융회사를 두둔하는 모양새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공동으로 금융지주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금융지주사들은 6월에 금융당국에 건의사항을 전달했으며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이 해당 안건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살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법률은 2000년 6월 제정됐다. 현재 시장에서 인식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형태는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금융지주가 시작이다.

과거 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 사모펀드 사태까지 금융환경이 다변화하면서 금융사고 역시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번 TF를 통해 금융회사의 내부·외부감독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금융당국은 TF를 통해 금융지주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주는 형국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검사 체계 개편과 지주 소속 소규모 금융사에 대한 검사 완화 계획을 밝혔다.

정 원장은 “금융권역별 특성에 맞게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등 지주 소속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의 자체적인 관리능력을 감안해 검사주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저축은행과 다르게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또 지주 그룹 내 고객 정보 공유를 제한 없이 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실시주기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정 원장은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 목적인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금융지주그룹 내 정보공유가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은행법의 적극적 해석 등을 통해 고객의 동의가 있는 경우 영업 목적을 위한 지주그룹 내 고객 정보 공유에 제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전업주의 굴레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회사라는 틀 내에서 금융지주사제도를 만든 건데 지금은 각종 사고가 일어나면서 지주사의 제대로 된 시너지가 안나고 있다”며 “그런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원책을 놓고 당국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이번 금융지주사 지원 내용을 보고 당황스러웠다”며 “어떤 의미로 이런 내용이 나온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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