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광석 기상청장 "날씨로부터 자유로운 국민ㆍ정부는 없다"

입력 2021-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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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10년간 개발 수치예보모델 'KIM' 4월 가동

"한국 기상 예보 정확도 선진국과 비슷…국민과 소통 방점"

기상예보 넘어 기후위기 대응 미래 예측 과학적 근거 마련

▲박광석 기상청장이 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광석 기상청장이 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근 햄버거의 '감초'인 양상추가 빠진 원인으로 이른 한파가 지목됐다. 양상추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햄버거에 자취를 감췄다는 분석이다. 샌드위치 판매장에는 샐러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예전보다 빠른 추위 탓에 편의점에서는 감기약과 호빵, 어묵 등 매출이 늘고 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4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날씨에서 자유로운 국민과 정부는 없다"고 단언했다. 박 청장은 "날씨에 따라 소비행태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날씨가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기상예보는 어렵다. 기상청은 종전 기록을 경신하는 현상이 이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제14호 태풍 '찬투'와 같이 이상 진로를 보인 태풍이 많았고, 천둥ㆍ번개와 우박까지 동반하는 소낙성 강수가 이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등 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기상 예측은 대기가 자연 물리법칙 안에서 예측 가능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제껏 고려하지 못한 새로운 요인이 발생하고 있어 기상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국민 안전을 지키고 일상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박 청장은 '신속ㆍ정확한' 예보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정확한 관측자료 △성능 좋은 수치예보모델 △예보관의 우수한 역량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기상청은 해양기상기지 등 관측망을 강화하고, 레이더와 위성 등 첨단 관측자료 분석ㆍ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지형과 기상특성을 반영해 10년간 개발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도 지난해 4월부터 가동했다.

"KIM은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수치예보모델입니다. 개발 인력과 예보관들이 소통하면서 문제점을 바로바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 성능을 높여가고 있죠. 동시에 예보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수준별 예보관 교육훈련과 전문직 공무원 제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보 정확도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어요. 이제 남은 간극을 메울 때죠."

박 청장은 예보 정확도 향상과 함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그에겐 소통이 바로 간극을 메우는 열쇠다. 날씨 정보를 국민이 활용해야 가치가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정확한 예보가 개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에 활용돼야 한다는 것. 박 청장은 각각의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실무진에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정례 예보 브리핑을 실시하고 옙TV 등 유튜브 콘텐츠로 상세 기상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과 야외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상정보 전달체계도 강화했습니다. 극한적 재난 상황은 큰 무리가 없도록 적중한 편인데요. 사실 날씨라는 게 자주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가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내포하는데 그 상세 과정을 설명하다 보니 비판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일요일도 브리핑을 열기도 합니다. 하루 전날이라도 정보가 바뀌면 빠르게 알려드리라고 지시했죠."

▲박광석 기상청장이 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아와 함께 기상청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광석 기상청장이 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아와 함께 기상청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기후위기가 가속하면서 기상청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기상 예보와 정보 전달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과 역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박 청장의 생각이다.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 기후위기 적응 대책 마련에 지원하는 것도 기상청이 할 일이다. 이와 관련한 그는 다양한 응용정보를 생산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를 승인하는 전 과정의 주관기관입니다. 우리나라 참여와 대응을 주도할 것입니다. 8월에 과학적 근거 분야를 평가하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승인됐고 내년에는 제2그룹(영향ㆍ적응ㆍ취약성)과 제3그룹(감축) 평가보고서와 종합보고서 승인이 예정돼 있습니다. 환경부, 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도 강화하겠습니다."

기상청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된 박 청장은 앞으로 미래 기상업무 기반 구축에 힘 쏟을 계획이다. 해양기상, 항공기상, 도시기상 등 기상정보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관련 준비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요한 기상정보를 적기에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선이나 여객선 등 선박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를 발전시킬 것입니다. 상세 항만정보나 항로기상정보가 그 예죠. 도시 중심의 상세 기상서비스 제공도 준비하고 있고요. 한국형 도심 항공교통 지원방안도 마련하는 등 내일의 날씨를 넘어 내일을 내다보는 기상청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안전과 생활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상청에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대담=장효진 사회경제부장ㆍ정리=홍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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