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못 읽은 미국 민주당, 악몽이 시작됐다

입력 2021-11-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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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주지사 선거서 초접전 끝에 승리
버지니아 주지사 패배
사회지출 법안에 매몰

▲유럽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유럽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필 머피 민주당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1977년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에서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에 내준 데다가 뉴저지 주지사 선거도 턱걸이 승리에 그치면서 조 바이든 정부의 국정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선거가 내년 중간선거의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민주당에도 악몽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개표율 87% 상황에서 머피 뉴저지 현 주지시가 득표율 50.2%로 49.0%를 얻은 공화당의 잭 시아타렐리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이날 밤 AP는 전체 투표 수 약 240만 표 가운데 머피가 1만9000표 차로 앞서자 머피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44년 만에 처음으로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재선 성공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웃지 못한다. 예상을 깨고 초접전 양상을 벌인 끝에 1%포인트 격차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선거일 이전 여론조사에서 머피 후보는 10%포인트 이상의 낙승이 예상됐었다. 심지어 개표 초반에는 시아타렐리 후보가 앞서는 상황까지 연출될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오후 늦게서야 승리 선언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보다 먼저 결과가 나온 버지니아 역시 올해 초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10%포인트 차이로 대승을 거둔 곳이다. 그런 지역에서 공화당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해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백악관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거 전에 예산안이 통과됐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부터 일자리까지 사람들이 많은 것에 불확실을 느끼고 있다”고 부연했다.

선거 참패의 원인을 예산안에 돌렸지만 CNN은 민주당이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의회에서 사회지출 예산안 통과로 씨름하고 있을 때 공화당은 망가진 경제, 치솟은 유가, 물가, 범죄로 쌓이고 쌓인 사람들의 불만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취임한 지 9개월이 된 바이든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패배는 더 뼈아프다. 최근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더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대리전으로 평가됐던 만큼 민주당에게는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바이든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법안이 의석 수에 가로막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회 권력 자체를 공화당에 내줄 수도 있게 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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