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 링’을 생산하던 유성기업이 파업에 나섰다. 피스톤링이 없으면 엔진 생산이 불가능하다. 엔진이 없으니 당연히 자동차 생산도 중단됐다.
1500원짜리 피스톤 링에서 시작한 생산 차질은 한 달 만에 완성차 5만여 대, 손실액 1조 원으로 불어났다.
자동차 기업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부품을 여러 곳에 발주한다.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일부 차종의 경우 옵션과 출고 시점에 따라 한국ㆍ금호ㆍ넥센타이어가 각각 장착돼 있다. 같은 차종인데 차마다 출고 타이어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것은 생산 중단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타이어 업체 한곳이 파업이나 재해를 입으면 완성차까지 생산 차질을 겪게 된다. 이를 대비해 여러 곳에서 타이어를 공급받는 것이다.
이런 공급망 다변화는 기업으로서 손해다. 한곳에 많은 물량을 발주하면 납품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 물량을 여러 곳으로 나눠주면 대량주문이 불가능해 납품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부품가격이 낮고 단순 부품일 경우 특정 기업에 부품 전량을 주문하기도 한다. 주문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이때 커지는 게 바로 ‘공급망의 붕괴 위험성’이다.
앞서 언급했던 유성기업은 2011년 당시 현대차ㆍ기아 피스톤 링의 80%를, 한국지엠의 65%를 담당했다. 유성기업 파업으로 전체 자동차 생산이 일시 중단된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이번 요소수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요소 공급망을 다변화했다면 ‘물류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그리고 공급이 원활한 중국산에 의존(작년 기준 66%)하다 보니 물류 대란 우려에 직면했다.
지난해 단순 전선 묶음인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사태’ 역시 중국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당장 소재와 공급망의 다변화는 불가능하다. 3만여 개의 자동차 부품 가운데 대부분이 특정 국가 또는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가운데 몇 개만 공급이 막혀도 차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공급망의 붕괴로 인한 리스크에는 여전히 대응책이 미비하다. 이는 비단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걸쳐 같은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산업계 전체가 당장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사실상 소재와 부품의 독립을 추진하기보다 발생 가능성이 큰 공급 대란에 대비해 2안과 3안 등 대안은 존재해야 한다는 게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값싼 단순부품, 또는 고가의 핵심부품 대부분이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기업은 당장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서 부품공급망의 다변화가 어렵다. 국내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