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화이자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2월 도입한다는데…K바이오, 개발 상황은?

입력 2021-11-10 14:33 수정 2021-11-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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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간편하게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중증을 막아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속속 개발되면서 정부도 내년 2월 국내 도입을 공언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 분야에선 아직 임상 3상을 마친 업체도 없는 만큼 후발주자로 뒤처지면서 시장을 뺏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 화이자 경구용 치료제 중증 확률 89% 감소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의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사용 승인된 데 이어 5일에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알약 형태의 항바이러스제가 입원·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증상 발현 닷새 내에 투여시 입원·사망 확률이 약 50% 줄어든다는 임상 결과를 도출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중증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결과 증상 발현 사흘 내 치료제를 투여한 경우 입원·사망 확률이 89%,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 안에 약을 복용할 경우 이 확률이 8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입원 및 사망 가능성을 크게 줄여줌으로써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 분을 선구매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9월 머크의 몰누피라비르 20만명분을 구매계약했고, 지난달에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만명분의 선구매 약관을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000명분은 머크, 화이자를 비롯해 스위스 로슈 사와도 협의 중이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질병관리청 대변인)은 “2022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1715명으로 집계된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1715명으로 집계된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추격하는 국내 업체…신풍제약 3상·종근당도 글로벌 3상 나서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제약사에 뒤처질세라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돼 허가까지 난 코로나19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유일한데, 경구용인 머크나 화이자의 치료제와 달리 주사제다. 현재 유럽 승인을 진행 중으로 이번주 내로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는 아직 임상 단계에 있다. 신풍제약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피로나리딘, 알테수네이트)’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현재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주사제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을 개발하고 있는 종근당은 지난 1월 임상 2상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하고,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에서 임상 3상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추가로 6개 국가에서 임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이 개발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은 7월 임상 2b상의 톱 라인 결과를 발표했고, 식약처와 논의해 3상에 나설 예정이다. 톱라인은 임상의 성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다. 대원제약은 지난 2일 식약처로부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티지페논’(성분명 페노피브레이트콜린)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내년 2월 중 임상 2상에 나설 계획이다.

아미코젠의 신약 개발 자회사 아미코젠파마는 지난달 15일 식약처로부터 ‘AGP600’의 임상 2a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진원생명과학은 치료제 후보물질 ‘GLS-1027’(국제일반명 제누졸락)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식약처를 비롯해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등 총 12개 기관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 132명에 투여해 증상 악화 방지 효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제넨셀은 최근 자생 식물인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천연물 유래 물질 ‘ES16001’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2ㆍ3상 승인을 받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제이앤씨사이언스과 함께 ‘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이뮨메드는 항체의 일종인 ‘hzVSF’를 신약후보물질로 활용해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B형 간염 치료제의 임상 2a상 승인을 받았고,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이탈리아에서는 임상 2상을 진행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공=셀트리온)
(제공=셀트리온)

◇ “쫓기엔 늦었다” vs “가격경쟁력 우위…기회는 있다” 국내 업체 전망 엇갈려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치료제가 ‘게임체인저’로 거듭날 동안 국내 업체는 임상 단계에 머물러 후발주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몰누피라비르’의 개발을 완료한 머크는 제품 출시와 함께 저개발국 공급용 복제약 생산도 허용하기로 하면서 후발업체의 수익성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실제 방글라데시 제약사 벡심코는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 생산에 들어갔고, 인도에서도 8개 업체 가량이 몰누피라비르 복제약 생산을 위한 계약을 머크사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하나 이베스트 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를 뒤늦게 따라가며 치료제 개발에 실망감이 쌓이고 있는 상태”라고 봤다.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 중에서는 경구용 치료제 3상에 성공한 업체도 없는데 사실상 늦었다고 봐야한다”면서 “성공하더라도 얼마나 파이를 들고 올지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8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5일 동안 수십알을 집중 복용해야 하는데 따른 부작용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경우 아침과 저녁, 하루 두 차례 각각 세 알씩 투여해 닷새간 총 30알을 복용한다. MSD 치료제는 아침과 저녁, 하루 두 차례 각각 네 알씩 먹어 닷새 동안 모두 40알을 복용해야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경구용 치료제는) 집중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우위 여지가 있다”라면서 “국내 업체들의 출시 가격은 화이자의 1/3~1/5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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