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중ㆍ러ㆍ몽골 육로 연결 어마어마한 경제적 시너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바라보는 '남북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다. 더 나아가 그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한다"도 강조한다.
태 의원은 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쉽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MZ세대들이 통일을 향한 마그마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앙정부의 경고에도 청년들은 남한의 옷차림을 하고 당당히 외출하고 한국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는 물론 화장품, 심지어 헌 옷까지도 암암리에 사고판다.
태 의원은 "물론 마그마가 생겼다고 해서 당장 화산으로 분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건 그동안 없던 통일을 위한 마그마가 생겼고 해마다 마그마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남한 청년들의 상반된 인식이다.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21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 선호 비율은 25.4%였다. 특히 밀레니얼세대(1991년 이후 출생)의 통일선호도가 12.4%로 이들은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태 의원은 "독일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북한의 변화를 남한 젊은이들이 보지 못했을 땐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체제 변화 과정을 남한 청년들이 볼 경우 피가 같은 동포애를 느끼며 통일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통일 이후 남한 경제 우려에 대해선 "통일이 될 경우 대한민국이 중국, 러시아, 몽골 등 거대 시장과 육로로 연결이 돼 어마어마한 경제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세계은행 등 국제경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현재의 남북 상황을 고려했을 땐 여전히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태 의원의 생각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문제를 지적했다. 태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현실을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북한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올해 정부가 북한과 '3.1운동 공동기념'을 언급했지만, 당시 3.1운동에 대해 북은 '평양·김일성 주도', 남측은 '서울 중심'으로 남북 접근법이 달라 방향성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는 외교, 대북 등 정책에서 현실에 맞는 정책을 한다기보단, 5년 임기 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덧붙여 태 의원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한반도에서 한 발을 빼고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 전 당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태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트럼프와 같이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해결(CEO)'해보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관리(매니저)' 차원에서 리스크를 크게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직접 나서기보단 한국 정부를 내세워서 부담을 덜고 관리하겠다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의 근거는 '인사문제'에서 볼 수 있다. 태 의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폼페오 국무장관, 비건 대북정책대표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면 현 바이든 정권의 경우 성김 대북정책대표가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겸직하고 있다. 이는 업무가 분산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중요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정권 당시 중앙정보국(CIA) 산하 코리아미션센터(Korea Mission Center)를 만들고 센터장으로 '앤드류 김'을 임명했다. 앤드류 김은 백악관 내에 머물며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북 문제를 대면으로 보고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코리아미션센터를 해체하고 일본, 중국, 북한의 문제를 모두 아우르는 동북아센터로 합쳤다. 이는 결국 물리적으로 바이든 정권으로부터 한반도 문제가 멀어졌다는 의미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할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서도 '핵 선제 불사용', '단일 목적 미국 핵무기 사용' 선언 가능성이 커졌다. '단일 목적'은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핵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한국이 공격 받을 경우엔 핵을 안 쓰겠다는 뜻이다. 안보전문가들이 '핵우산이 찢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태 의원은 이같은 심각한 상황을 직시해 핵문제에 대한 중장기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권에 이어 차기 정권 등 10년 가까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우리 자체의 핵 무장, 미국과의 핵 공유 등 모든 옵션을 다 열어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스탠스에 대해선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으로 둘 다 중요하지만, 한미 동맹 핵심축인 안보가 약화되고 한국에 대한 전략적 이익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선 한미동맹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적극 동참해 한국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하며, 반 중국 전선은 물론 쿼드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5일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도 "조속한 한미연합훈련 문제 회복 등 한미동맹 안보 측면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대북정책에 있어서 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북한의 명백한 핵포기를 요구하는 대신 백신, 비료 등 통 큰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태 의원은 탈북자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구체적인 탈북자의 애로사항으로 △언어 △사회구조 △경제력 등 세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탈북민 언어에 대한 거부감으로 동네 편의점에서도 일하기 어렵고, 구조적 공동체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남한의 사회 구조에선 소외감, 외로움을 넘어 우울증까지 겪으며 결국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위해 맞춤형 복지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평균 소득 이하의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진 구조적인 캐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의 탈북자들(약 3만3000명 추산) 대상 주거지원금은 1인 기준 1600만 원, 정착지원금 800만 원이며, 분할로 지급하다 보니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제3국 출신' 탈북민 문제도 심각하다.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 따라 정착금 지원과 정원 외 대학 특례입학, 등록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지만, 중국 등 제3국 출생 탈북민 수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혜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태 의원은 "이들은 한국 정부가 돌봐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다"라며 "이들을 위한 지원 관련 입법에도 노력하고 싶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