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전환과 소비심리 회복세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으며 우려를 낳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점포 정리와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9% 감소했다. 매출은 2.4% 감소한 4조6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으로도 영업이익은 983억 원으로 40.3% 줄었고 매출액 역시 11조7892억 원으로 3.6% 감소했다.
매출 하락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매출의 경우 마트와 슈퍼 사업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한으로 줄었다"며 "영업이익은 백화점 사업부 희망퇴직 관련 비용 600억 원이 일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에도 롯데쇼핑의 4개 사업부 중 백화점 사업부만 매출이 늘었고 나머지 사업부는 모두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롯데마트도 올 들어서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4분기 영업상황 자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백화점에 이은 마트 희망퇴직이 진행 중이어서 추가 충당금 반영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 것으로 보이는데 홍콩홀딩스 청산 관련 법인세 수익 인식으로 주당순이익 추정치는 오히려 대폭 상향된 다소 복잡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뼈 아픈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지만 롯데쇼핑은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온의 3분기 매출은 240억 원으로 전년대비 14.0% 줄었고 영업적자도 46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280억 원 적자보다 커졌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5.3% 줄었고, 적자 규모도 1070억 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사업부는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8월에야 온라인 부문 역량 강화를 이유로 유통 사업부 내 관련 조직을 이커머스 사업부로 통합했다. 회사 측은 이로 인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과 판관비 증가 영향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라이벌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SSG닷컴 상장을 준비하는 등 온라인과 디지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한 것과 비교해 속도도 늦고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는 내년 전략으로 '롯데온만 할 수 있는 계열사 융합 서비스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의문후보를 제기한다. 유통업계 한 MD는 “롯데온의 경우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납품을 해도 도무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라며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업체들은 수수료가 무섭지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점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주력사업인 오프라인도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롭스' 가두점을 내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마트 사업부에 롭스 사업부를 합치기도 했는데, 야심차게 키워왔던 롭스 사업의 부진으로 마트 부문 실적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을 위해 시행한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롯데쇼핑의 단기 실적은 상승하겠지만 장기 성장성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경민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방면으로 비용 효율화를 하고 있어 실적 개선의 여지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피어 그룹 대비 우위를 점하는 경쟁력이 없어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낮다”면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온라인 시장에서 뚜렷한 방향 설정을 통해 점유율 확보가 예상될 수 있어야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