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경제계가 핵심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업의 자율성 존중과 기업 기밀 보호 등을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함께 전경련회관에서 '제33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포스트 팬데믹,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한미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협력 과제 점검 △글로벌 공급망 탄력성 재구축 △첨단전략기술 한미협력 및 글로벌 디지털 규범 형성 △기후변화와 에너지 협력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현장에 모인 한국 측 참석자가 미국 측과 화상 연결하는 온ㆍ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진행했다.
허창수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도약을 위해 한ㆍ미ㆍ일 3자 경제계 협의체 추진을 제안했다.
허 회장은 "한미가 힘을 합쳐 무너진 세계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자유로운 무역환경을 재건해야 하며 특히 아시아 지역의 개발과 도약을 위해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한-미-일 경제계의 정례적인 대화와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출범시키자"고 제안했다.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군사동맹에서 시작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역동맹으로 진화한 한미동맹이 글로벌 기술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현재에는 기술동맹으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표준화 등에서의 한미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의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추진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이 기업의 민감한 정보 보호를 비롯하여 민간 경제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 기업인들은 제33차 한미재계회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전략 분야에서의 공급망 재건을 위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해 △공급망의 실질적인 병목점 파악을 위한 민관 대화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위한 비즈니스 인센티브 제공 △이 과정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기밀 정보 보호 등을 촉구했다.
또한, 양국의 참석자들은 한미경제동맹과 한미 FTA를 위협하는 무역제한 조치와 기업규제의 개선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움직임에 공감을 표하고, 개정까지 관심을 두고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시행을 앞둔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한국의 경영ㆍ투자 환경에 미칠 심각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이 문제에 대해 향후 한미재계회의 차원에서 심화 논의하고 양국 민간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미 경제ㆍ통상 협력과제를 중심으로 현황 점검도 진행됐다.
이경수 과기부 차관이 주제발표자로 참석하여 반도체, 배터리, 양자기술, 우주,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기술 연구ㆍ개발(R&D) 한미협력을 위해 관련 예산을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최대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의 호세 페르난데즈(Jose Fernandez) 국무부 경제성장ㆍ에너지ㆍ환경 차관은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 방향과 기후변화 대응 한미 간 협력에 공유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내년도 한미재계회의는 서울에서 대면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양국 경제계는 한미재계회의 채널을 통해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통상과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수혁 주미한국대사, 이경수 과기부 과기혁신본부장, 호세 페르난데즈(Jose Fernandez) 미국 국무부 에너지ㆍ환경ㆍ경제성장 차관, 아룬 벤카타라만(Arun Venkataraman) 미국 상무부 장관 수석정책고문 및 글로벌시장 차관보 등 양국 정부 주요 인사와 대한항공, 롯데, 효성, 한화, SK, 보잉, 3M, 아마존 등 주요 기업 관계자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