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물러나니 ‘공급망 타격’... 박스권 코스피 계속되나

입력 2021-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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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이베스트투자증권
▲제공 = 이베스트투자증권

“누구도 거품을 볼 수 없다. 그것이 거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No one can see a bubble. That’s what makes it a bubble.)” - 영화 <빅 쇼트>(2015)

정부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하면서 증권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했던 경기가 재개되면서 증시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었다. 이런 기대감과 달리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박스권 증시는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급망 타격 불가피... 장기화 예고 = 코스피는 2900~3000선을 횡보하며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8일 코스피는 장중 2950.90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한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쏘았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삼천피 공방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세계적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 팀 우이(Tim Uy) 수석연구원은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공급망 붕괴(supply-chain disruptions)는 악화되고 있다”면서 “공급망을 다양화(diversity)하고 지역화(localize)하려는 노력은 이뤄지고 있으나,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짚은 핵심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도미노 효과를 만들면서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한다는 것이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 더딘 백신 접종률과 부분적 락다운(봉쇄와 규제) 등을 보이면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공급 쏠림 현상도 문제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시장을 이끄는 메모리칩 생산(capacity)의 90% 이상이 태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마그네슘 공급도 중국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공급망 문제는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번지기까지 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자 공급망을 조사하겠다며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공급망 정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팀 우이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 대란, 원자재ㆍ에너지 등 부족 사태(various shortage)과 평균을 웃도는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어붙은 코스피 지속... 돌파구는 “기술변화” = 공급망 타격에 국내 증권가에서도 전반적으로 단기적 개선세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진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공급망 대란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 현재 백신접종률 속도라면 2022년 하반기 현재 소비국 수준 근접해 공급 정상화 가속될 것”이라며 “2022년 공급의 위드 코로나 시대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흥국 주가 상승의 열쇠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해소이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당분간 코스피 3000선 중심의 박스권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냥 잿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동남아 코로나 확산, 중국 전력난 등이 풀리면서 특정 업종에서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제조업에 부담을 주었던 글로벌 병목현상이 완화되는 국면이다”며 “중국 노출 비중이 높은 경기민감 업종은 이번 주 발표될 중국의 부양책 강도를 확인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수요·공급 불확실성에도 기술변화 기업들은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공급과 수요가 불확실하다면 기술변화 동력(모멘텀)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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