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톡신 취소 위기' 휴젤, 성장에 제동 걸리나

입력 2021-11-10 15:14 수정 2021-11-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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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휴젤)
(사진제공=휴젤)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이 '보툴렉스'의 허가취소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빅마켓 진출을 무기로 급성장하던 휴젤에 찾아온 최대 고비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한 사실을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통해 적발하고,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 및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 해당 품목은 휴젤의 △보툴렉스주 △보툴렉스주50단위 △보툴렉스주150단위 △보툴렉스주200단위 4종이다. 식약처는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2종도 휴젤과 함께 행정처분을 내렸다.

식약처의 이번 결정에 따라 휴젤이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보툴렉스주300단위'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취소 위기에 놓였다. 국가출하승인이란 보툴리눔 톡신처럼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를 국내에 판매하기 전에 국가가 제조단위별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차 검증하는 절차다.

식약처의 조치에 대해 휴젤은 식약처가 보툴리눔 톡신의 유통 관행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법을 해석·적용했다고 즉시 반박했다. 휴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로부터 처분을 받은 제품은 수출용으로 생산된 의약품"이라며 "따라서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이 아니며, 약사법에 명시된 '약사(藥事)'의 범위에 '수출'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중간 상인을 거쳐 보툴리눔 톡신을 해외에 보내는 '간접 수출'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도매상이 제품을 사들이는데, 식약처는 수출을 위해 국내 도매상에게 판매한 것을 국내 판매로 간주하고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메디톡스도 유사한 사례로 식약처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휴젤 관계자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출용 제품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없다"며 "식약처에 직접 질의했을 때도 동일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판매용 제품은 전량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있다"며 "수출용 제품에도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면 당연히 해당 절차를 거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젤은 식약처 조치에 대한 취소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즉각적인 법적 대응으로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라면서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보툴렉스의 중국 수출명)의 첫 중국 수출 물량을 실은 차량의 모습 (사진제공=휴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보툴렉스의 중국 수출명)의 첫 중국 수출 물량을 실은 차량의 모습 (사진제공=휴젤)

보툴렉스는 2010년 출시된 휴젤의 핵심 제품이다. 국내 시장에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과 양강 구도를 형성해 오다 메디톡신이 소송 등으로 부침을 겪는 사이 1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품목허가에 성공,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5년 약 1조7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규모로, 본격적인 현지 유통이 시작되면서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휴젤은 보툴렉스로 연내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획득하고,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아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빅마켓에 차례로 진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식약처의 행정처분으로 제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메디톡스 때와 마찬가지로 유통 관행을 걸고넘어지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휴젤은 보툴렉스 단일 제품으로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과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과에 따라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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