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의 모범 기준으로 불리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비해 한국 회사법의 기업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의 특징을 우리 회사법과 비교해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델라웨어주는 2020년 포춘 500대 기업 중 67.8%인 339개사, 2019년에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147개사 중 88.4%인 130개사가 법인을 설립한 지역이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 뒤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다.
기업을 유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친화적인 환경과 회사법에서 기인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기업의 자유로운 지배구조와 경영 활동을 보장하며, 미국 모범 회사법(MBCA)의 근간이 되고 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한국 회사법을 비교했을 때, 지배구조 구성이나 경영자에 대한 권한과 책임 등이 크게 차이를 보인다.
먼저 기업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델라웨어주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이사가 1명 이상이면 되고 나머지는 기업 재량에 맡긴다. 그러나 한국은 이사를 3명 이상 두어야 하고, 감사를 두지 않는 경우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에 대해서도 한국 회사법은 법과 시행령에 총 21건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이사회 구성을 기업에 맡기기 때문에 이사 자격이나 결격사유에 관한 규정도 없다. 이사가 내린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 사후적으로 그 책임을 묻고,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이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없다.
경영판단원칙의 활용 여부 역시 델라웨어주와 차이를 보인다. 경영판단원칙은 이사가 선관의무를 다하고 권한 내에서 행위를 했다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델라웨어주는 1988년에 경영판단원칙을 판례로 수립한 이래, 법원에서 이사의 경영책임을 판단하는 일관된 기준으로 쓰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인용된 이래 2015년까지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된 사례가 37건에 불과하다.
또 델라웨어주는 정관에 따라 이사회가 주식의 내용과 조건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1주 1의결권만 허용하기 때문에 이런 방어수단이 불가능하다.
끝으로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다중대표소송에 관한 규정이 없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지분 50%를 초과하는 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제도실장은 "한국 상법이 1인당 GDP 100달러 시대에 제정(1962년)돼, 지금 변화된 기업경영 활동에 맞지 않는 조항들이 많다"면서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