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부터 우리 경제가 서비스업 회복에 힘입어 기존 성장경로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제조업 성장세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1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2022년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3.0% 성장할 전망”이라며 “소비자물가는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이 내년 중반 이후 점차 소멸하면서 올해(2.3%)보다 낮은 1.7%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이 부진에서 회복되면서 30만 명 정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에 대해선 완만한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3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그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3분기 계절조정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증가에 그치며 기존 성장경로와 격차가 소폭 확대됐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 약화, 원자재가격 상승, 물류 차질 등도 수출과 투자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그나마 민간소비는 9월 이후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기 초기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모두 위축되는 상황이었다면, 2020년 중반부터는 제조업이 빠르게 반등하며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렇지만 올해 중순부터는 제조업이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해서 조금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대신 서비스업은 아주 완만하게 회복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수출은 반도체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부품 수급 차질 영향으로 위축되면서 상품 수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생산 차질에 따라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둔화했으며, 건설투자는 건설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그나마 민간소비는 3분기 방역조치 강화로 감소했으나, 9월 이후 백신 접종의 확대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향후 회복될 여지가 남아 있다.
특히 9월에는 대면서비스업이 반등함에 따라 고용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상회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정 실장은 “앞으로는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되면서 서비스업은 빠르게 반등하면서 경기에 좀 도움이 될 것이지만, 제조업은 공급망 불안이 여전히 지속하면서 성장에 그렇게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제조업이 이끌어왔고, 이제 앞으로는 서비스업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부문별 전망을 보면, 우리 경제는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4.0% 성장한 후, 내년에는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3.0% 성장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에 기인해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올해 큰 폭 증가(9.1%)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 증가율이 3.2%로 다소 위축되겠지만, 건설투자는 주택건설 부진 완화로 올해 0.5% 감소에서 내년 2.4%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기저효과와 세계 경제 회복세 둔화로 증가율이 올해 8.5%에서 내년 3.2%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비스 부문은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KDI는 전망의 위험요인으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과 물류 차질 장기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제시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요소수 등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 전반에 작지 않은 경기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