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렉키로나' 유럽 승인 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되나

입력 2021-11-12 09:43 수정 2021-11-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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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약품청 산하 CHMP 승인 권고로 진출 임박…연내 정식품목 허가 전망도

▲셀트리온 2공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 2공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의 유럽 진출이 임박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유럽 정식 품목 허가 전망도 흘러나온다.

◇ 유럽의약품청, 셀트리온 ‘렉키로나’ 승인 권고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우리나라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과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로슈(Regeneron-Roche)의 ‘로나프레베’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2종에 대한 승인을 권고했다.

CHMP는 유럽 내 판매 승인을 받고자하는 의약품에 대해 평가와 심의를 하는 자문위원회다. CHMP가 승인 권고 의견을 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종합 검토해 3개월 내 판매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통과 시 유럽 총 31개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승인된 코로나19 치료제는 지난해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유일한 만큼 이번에 판매 허가가 이뤄지면 ‘렉키로나’가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되는 셈이다.

‘렉키로나’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정맥 주사제 형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로 사용 대상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으로 전환할 위험이 큰 성인 치료로 인공호흡이 필요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 현재 13개국에서 진행된 1315명 대상 3상 결과 렉키로나를 투여한 고위험군에서 중증환자 발생률이 위약군 대비 72%,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는 70%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며, 9월 투여 가능 환자 범위를 늘려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국내에서 렉키로나를 투여받은 환자수는 2만1366명이다. 이는 먼저 승인을 받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환자수(1만9556명) 보다 많다. 현재 셀트리온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긴급사용을 받은 상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는 품목 허가 전 미팅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렉키로나는 국내 물질특허 등록 및 전세계 물질특허 출원을 완료한 첨단 항체기술의 집약체로, 이번 승인 권고를 통해 이미 한국 코로나19 치료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렉키로나를 유럽국가에서도 코로나19 치료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미국 머크(MSD)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케닐워스 AP=연합뉴스)
▲미국 머크(MSD)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케닐워스 AP=연합뉴스)

◇ 머크·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와 리제네론-로슈의 '로나프레베' 넘어야

렉키로나의 유럽 진출에 대한 기대는 높다. 업계에서는 12월 중 유럽 정식 품목 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른 효과가 필요한 입원환자에게는 경구용 대비 효율적인 치료방법으로 판단되는 항체치료제”라고 설명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승인 받은 소수의 글로벌 업체로 위상이 높아진 것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큰 자산을 얻은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다 간편한 경구용 치료제가 빠른 속도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렉키로나’는 정맥주사제 형태의 항체 치료제지만 화이자와 머크는 보다 간편한 형태의 알약 형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내놨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의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사용 승인된 데 이어 5일에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알약 형태의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가 입원·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증상 발현 닷새 내에 투여시 입원·사망 확률이 약 50% 줄어든다는 임상 결과를 이미 도출했다.

이에 정부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 분을 선구매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9월 머크의 ‘몰누피라비르’ 20만 명분을 구매 계약했고, 지난달에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만 명분의 선구매 약관을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000명분은 머크, 화이자를 비롯해 스위스 로슈 사와도 협의 중이다.

하지만 항체 의약품인 주사제 시장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의료 분야 투자 전문 금융기관인 SVB리링크(SVB Leerink)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요량을 감안할 때 향후 6개월 간 항체 의약품 490만 도스가 필요한데 기존 항체의약품 공급 계약은 270만 도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체 치료제 분야에서 경쟁자로는 이번에 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함께 승인 권고를 받은 리제네론-로슈의 ‘로나프레베’가 꼽힌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렉키로나’에 비해 ‘로나프레베’는 보조 산소가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12세 이상이고 체중이 최소한 40㎏이며 중증화 위험이 있는 청소년 및 성인에 치료제로 쓸 수 있다. 12세 이상, 체중이 40㎏ 넘는 사람에도 코로나19 예방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EC의 10대 잠재적 코로나19 치료제 리스트에서 ‘렉키로나’가 제외된 점과 비르 바이오테크(Vir Biotech)과 리제네론-로슈 등 경쟁사들이 EU 국가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점은 변수”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주사제 치료제 ‘나파벨탄’을 개발 중이며, 신풍제약과 대웅제약, 대원제약, 아미코젠파마, 진원생명과학, 제넨셀,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현대바이오는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사의 코로나19 치료용 경구제로 니클로사마이드 개량 신약 ‘CP-COV03’의 임상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현대바이오는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 2상에 돌입해, 효능이 입증되는 대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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