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본사 런던으로 이전·사명서 ‘로열더치’ 삭제...네덜란드 정부 뒤늦은 ‘발 동동’

입력 2021-11-16 15:20 수정 2021-11-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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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M&A 도움되려는 시도 주장
속내는 법원 판결·세금에 대한 불만
정부, 의회에 배당세 원천징수 폐지 거듭 요구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유소에 걸린 로열더치셸 로고. 런던/AP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유소에 걸린 로열더치셸 로고. 런던/AP연합뉴스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이 영국과 네덜란드로 이원화된 구조를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명을 변경하고 본사도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평가다. 네덜란드 법원 판결과 세금 부과 방침에 불만을 품고 네덜란드 지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사이자 네덜란드 최대 상장사인 로열더치셸이 세금을 납부할 본사 소재지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사명에서도 ’로열더치’를 떼내고 ‘셸’ 유한회사로 바꾸기로 했다. ‘로열더치셸’은 1907년 네덜란드의 로열 더치 석유회사와 영국의 셸 운송 무역회사가 합병한 이후 2005년 하나의 지주회사로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이번 구조개혁의 핵심은 영국과 네덜란드로 양분된 본사 체제를 단일 체제로 바꾸는 데 있다. 네덜란드의 ‘A주식’과 영국의 ‘B주식’의 이중 주식 구조도 영국 주식으로 통합한다. 16년 만의 대대적 구조개혁이자 130년 된 로열더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셸은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 대해 “현재의 복잡한 지분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 환원과 배기가스 배출제로 사업 전략을 가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많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인수·합병(M&A)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네덜란드 법원의 기후변화 대응 압박과 특정 주식에 대한 막대한 원천징수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10월 4일 경찰들이 로열더치셸 연료 탱크에 줄로 매달려 시위를 벌이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내려가게 하고 있다. 로테르담/AP뉴시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10월 4일 경찰들이 로열더치셸 연료 탱크에 줄로 매달려 시위를 벌이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내려가게 하고 있다. 로테르담/AP뉴시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거주자가 아닌 경우 배당세 15%를 미리 떼고 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2018년 친기업 환경을 만들겠다며 배당금 원천징수 폐기를 추진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벤 반 버든 셸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네덜란드의 배당세 폐지 실패를 언급하며 본사 이전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영국은 EU에서 유일하게 배당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있다.

로열더치셸이 본사 이전 방침을 공개하자 네덜란드 당국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스테프 블록 네덜란드 경제·기후 장관은 “로열더치셸의 영국 이전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로열더치셸 본사를 네덜란드에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블록 경제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세금 폐지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법원 결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올해 5월 네덜란드 법원은 로열더치셸에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앞당기라고 명령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라고 지시했다. 셸은 항소한 상태다.

이번 구조개혁안에 대해 셸은 내달 10일 주주총회를 열고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최소 75%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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