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DMO 트렌드 된 유전자·세포 치료제…SK·CJ도 뛰어든다

입력 2021-11-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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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 유전자·세포치료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손꼽히는 CDMO 기업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세력을 확장 중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따라잡기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굴지의 CDMO 기업들은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은 아직 개화기란 점에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2019년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그쳤던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시장은 연평균 31.0% 성장해 2026년 101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출시된 의약품 가운데 유전자·세포치료제의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의 비중은 12%, 전임상 단계는 16%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만 2500여 개, 연구·개발(R&D) 비용은 24조 원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전자·세포치료제는 난치병으로 알려진 암, 유전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혁신 치료제다. 맞춤형이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지만, 가격도 매우 높다는 특성이 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의 경우 215만5000달러(약 25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유전자·세포치료제는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대세인 항체치료제와 반대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 적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900개가 넘는 기업이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그만큼 생산기지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또한, 유전자·세포치료제 생산과 공급에는 특화된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고 제조에서 치료제 투여까지 전 과정을 망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CDMO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높다.

일찌감치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을 읽은 선도 CDMO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주도권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검증된 생산시설과 인력 확보를 위한 M&A가 활발하다.

지난해에만 유전자·세포치료제 생산시설 2곳을 손에 넣은 미국 캐털런트(Catalent)는 올해 2월 벨기에 CDMO 기업 델피제네틱스의 인수 소식을 알렸다. 미국 써모피셔(Thermo Fisher Scientific)도 2017년 파테온을 72억 달러에, 2019년 브래머바이오를 17억 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올해 1월 노바셉의 바이러스벡터 생산사업부문 헤노겐을 7억2500만 유로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SK와 CJ 등 대기업들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의 자금력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처럼 M&A 및 파트너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는 올해 2월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이포스케시(Yposkesi) 인수 8개월 만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기반의 CDMO인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에 투자할 예정으로, 이르면 이달 말~12월 초 계약을 완료한다.

SK㈜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생산을 위한 전임상 단계부터 상업 제품 치료제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란 점에서 CBM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단일 생산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론자·캐털런트·우시 등의 핵심 인재가 주요 인력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앞서 인수한 이포스케시는 유럽 최대 규모인 1만㎥의 유전자∙세포 치료제 생산 역량을 갖추기 위한 제2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SK㈜는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CDMO를 발판으로 바이오의약품 CMO 매출을 1조 원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동훈 SK㈜ 바이오 투자센터장은 "유기적 성장으로 접근하는 국내 CMO 기업들과 달리 우리는 M&A 전략으로 시간을 단축하고, 미국 시장에 직접 침투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3대 CMO 기업 론자와 캐털런트, 써모피셔에 이어 SK가 4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J도 유전자∙세포 치료제 CMDO에 가세했다.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를 1억9531만 유로(약 2700억 원)에 인수한다고 8일 공시했다.

바티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신백신의 연구개발ㆍ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 설립한 곳으로,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의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타비아의 기술 및 공정 개발 최적화 플랫폼을 활용하면 상업화 단계에서 기존 기술 대비 생산 비용을 50% 이상 절감하고, 개발 기간이 6개월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결정은 CJ그룹의 4대 성장 키워드 중 '웰니스(Wellness)'의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하고 미생물·식물 기반의 그린바이오 사업에 매진하던 CJ는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바이오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바이오(제약·의료)에 다시 발을 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M&A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며 기업가치를 키워왔다"면서 "다만 CDMO는 새롭게 진출하는 영역이란 점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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