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 살아있네”...달러 16개월래 최고치에 신흥국 ‘몸살’

입력 2021-11-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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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 양호한 미국 경제·인플레에 오름세
미국 10월 소매판매, 7개월래 최대폭 증가
터키 리라 가치 사상 최저치
남아공 랜드·멕시코 페소도 부진

▲주요국 통화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요국 통화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고 있다.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 호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탈(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5% 오른 95.92로 장을 마쳤다. 이는 작년 7월 이후 16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해 초 90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는 미국의 양호한 경제지표를 배경으로 상승세를 탔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10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1.4%를 웃돌고 전월 증가율(0.8%)의 두 배를 넘었다. 미국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물론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전체 13개 부문 중 11개 부문에서 판매가 전월보다 늘어났다.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소비자들이 주저 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계소비가 강하게 버텨주는 만큼 경기가 예상외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견고한 소비 수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겨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물가 급등세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해 시장 전망을 뒷받침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2% 급등해 전문가 전망치(5.9%)를 넘어선 것은 물론 1990년 12월 이후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유럽 최대 독립 자산운용사인 카미낙의 게르게이 마요로스 투자위원은 “미국 소비 전망이 강할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른다. 이는 신흥국 통화에는 악몽이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 가치는 이날 한때 10.44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리라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8% 하락해 신흥국 통화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가치는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멕시코 페소 가치는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 금리 변화에 민감한 페소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물가가 올라 더 큰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선진국보다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회복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여기에 외환시장 불안까지 겹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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