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 열전] 닝더스다이 CEO, 풍운아 쩡위췬

입력 2021-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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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중국 부호 3위

중국의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1 중국 부호 100인’에 의외의 인물이 떠올랐다. 텐센트의 마화텅과 알리바바의 마윈은 3위권에 진입하지 못했고, 대신 전기차 배터리 회사 닝더스다이(寧德時代)의 최고경영자(CEO) 쩡위췬(曾毓群)이 3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쩡위춘은 1968년 중국 남부의 푸젠(福建)성 소도시 닝더(寧德)에서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총명했던 그는 1985년 명문인 상하이 교통대학교(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바로 이 대학 출신이다) 선박공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1989년 그는 푸젠성 성도인 푸저우(福州)의 한 국유기업에서 안정적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직장을 ‘분배’했다. 하지만 그렇게 ‘분배’받은 직장은 쩡위췬에게 맞지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그 직장을 그만둔 그는 광둥(廣東)성의 둥관(東莞)으로 내려가 외자기업인 전자회사에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세 사람이 뜻을 모아 도원결의하다

성실한 성격에 능력이 출중했던 그는 그곳에서 바로 위 상사였던 중국계 미국인 천탕화(陳棠華)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고속 승진했다. 서른한 살에 중국 본토 출신으로는 최연소로 기술총감 자리에 올랐다. 이렇게 10년간 근무하던 그는 남부도시 선전(深圳)에 있는 한 기업에 ‘스카웃’ 되어 곧 그곳 사장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때 회사 CEO 량샤오캉(梁少康)이 쩡위췬에게 전지(電池) 사업 창업을 제안했다. 량샤오캉은 천탕화에게 쩡위췬을 설득하도록 부탁했고, 몇 차례의 만남 끝에 이 세 사람은 함께 전지 사업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이 세운 회사 명칭은 신에너지과기유한회사(Amperex Technology Limited, 약칭 ATL)였다.

이때가 1999년이었다. 당시 전지업계는 소니와 마쓰시다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고, 리튬 배터리 기술은 철저하게 일본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었다. 기술 수준과 자동화 시스템에서 이들 일본 기업과 경쟁은 불가능했다. 작고 휴대에 편리하며 자동화가 어려운 전지만이 일본에 대항할 수 있다고 확신한 이들은 그러한 유형의 전지 기술 특허권을 미국 벨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특허권을 사들였다. 쩡위췬의 회사뿐만 아니라 당시 전 세계 20여 개 배터리 기업이 그 특허권을 구입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전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몇 번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되면 전지가 부풀어 오르면서 변형되어 결국 폐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2017년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배터리 시장 1위에 등극한 닝더스다이의 최고경영자 쩡위췬. 그는 올해 후룬경제연구원의 ‘중국 부호 100인’에 3위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배터리 시장 1위에 등극한 닝더스다이의 최고경영자 쩡위췬. 그는 올해 후룬경제연구원의 ‘중국 부호 100인’에 3위로 이름을 올렸다.

벨연구소 전지 전해액 성분 문제 해결

쩡위췬은 미국 벨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해결 방법을 물었지만 그들도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빈손으로 귀국한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자금도 반 이상 써 버린 처지였다. 그렇게 연구에 궁리를 거듭하던 그는 전지의 전해액 성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해법을 찾아냈다. ATL은 그 특허 기술을 사들인 20여 개 기업 중 상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그의 회사에서 생산한 전지는 당시 휴대전화 시장 1위였던 한국 배터리에 비해 가격은 반값이고 용량은 두 배였다. 당연히 그의 회사는 급성장했고, 2004년에는 세계적인 전자회사 애플에 배터리를 납품하게 되었다.

고향 닝더시로 공장 이전 ‘도박’

닝더 출신의 한 기업가가 애플의 납품을 따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고향 닝더시 관료가 직접 쩡위췬을 찾아와 제발 닝더로 공장을 옮겨 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그의 회사는 직원 수만 1000명이 넘는 어엿한 하이테크 기업이었다.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쩡위췬은 기꺼이 고향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 3월 닝더시에 세계 최대 리튬이온 전지 공장을 세웠다. 당시까지 닝더는 푸젠성 도시 중 국내총생산(GDP) 성적표로는 만년 꼴찌였다. 하지만 그의 회사 덕분에 닝더는 푸젠성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 무렵 중국은 대체 신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 판매량이 약 1000대에 불과했을 정도로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였다. 하지만 언제나 시대의 대세에 민감했던 그는 이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목했다. 더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재정보조금을 주는 등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었다.

호사다마일까. 2010년 창업자 중 한 명이자 그의 평생 은인이었던 천탕화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어 또 다른 창업자인 량샤오캉은 일본 합자회사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환점에서 2011년 그는 전기차의 도래를 내다보면서 다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 기업을 세운 것이었다. 회사 이름은 고향 이름 닝더를 붙여 닝더스다이(寧德時代新能源科技, 영문명칭 CATL)로 정했다. 중국 정부가 일본과 한국 등 외자기업을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그의 회사는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또 2014년부터 커진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그의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점으로 작용하였다. 그의 회사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고, 2014년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 것이다.

성공의 원천은 바로 기술에 있다

마침내 그가 이끄는 닝더스다이는 2017년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2019년 중국 내 점유율은 51%에 이르렀고,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테슬라에까지 공급망을 넓혔다.

닝더스다이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사용량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겨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배터리 3사인 삼성과 LG 그리고 SK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야 닝더스다이를 조금 앞서는 상황이다.

쩡위췬이 이룬 놀라운 성공의 원천은 기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일찍이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키기 위해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응집물질 물리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따낸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이다. 지금까지 그가 일궈낸 자체 발명 특허만도 12건에 이른다. 그는 탁월한 기술자이며 뛰어난 상인이자 혁신적 행정가로서 중국의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를 일궈낸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그의 회사는 기술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바야흐로 전쟁 중이다. 그 치열한 전쟁에서 한국 기업들과 건곤일척 승부를 겨루고 있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당분간 우리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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