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동지' 버라이즌과 차세대 이동통신 협력 확대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기업 모더나와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의 경영진과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경영을 재개했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이다.
경영 복귀 후 첫 미국 출장에서 두 회사 경영진을 잇따라 만난 것은 이 부회장이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미국 뉴저지주 본사를 방문,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CEO 등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하루 전인 1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미팅은 아페얀 의장이 설립한 바이오 투자회사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 본사에서 진행됐다.
이 부회장과 아페얀 의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조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모더나와 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8월부터 생산에 나섰으며, 10월부터는 삼성이 생산한 백신이 국내에 출하돼 전국의 방역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기업 CEO 회동은 이 부회장이 그동안 다듬어 온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글로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
먼저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난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과의 접촉면을 넓혀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 원 투자를 발표하며, 바이오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외에 백신, 세포ㆍ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 확대 및 고도화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대화 창구를 열고 신뢰 구축에 힘을 쏟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면서 '위탁자·생산자' 수준에 그쳤던 삼성과 모더나의 관계는 백신 수급과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로 격상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안정적인 모더나 백신 대량생산체제 구축을 직접 챙기기도 했으며, 삼성이 생산한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겨지는데 기여했다.
이 부회장은 '5G 동지' 버라이즌과 차세대 이동통신 협력 확대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지난해 체결한 대규모 5G 이동통신 솔루션 공급 계약 이후 6G(6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갈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이 부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버라이즌과 7조9000억 원 규모 5G 솔루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와 연쇄 화상회의를 통해 직접 영업에 나서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5G 통신장비 사업을 비롯한 삼성의 차세대 통신 시장 개척은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해 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전담조직 구성 △연구개발 지원 △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진두지휘하며 직접 챙겼다.
재계 관계자는 "모더나와 버라이즌은 최근 삼성과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업체여서 향후 공조 분야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 등으로 단절됐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미래 먹거리 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