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과세수는 빚부터 갚아야, 퍼줄 돈 아니다

입력 2021-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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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가 내건 ‘전국민 방역지원금’ 지급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지원금 예산이 될 초과세수가 당초 세입 예상보다 50조 원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소 추계한 기재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거론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이 한 몸과 다름없는 기재부를 몰아붙이는 모습은 어이없고 한심하다.

올해 초과세수가 당초의 세입 전망을 크게 웃돌면서 기재부는 궁지에 몰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세수 추계의 오류를 사과했지만 차이가 너무 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 기재부는 국세 수입을 282조7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세수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자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31조5000억 원 늘어난 314조3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최근 또다시 2차 추경 대비 국세 수입이 19조 원 늘어날 것으로 수정했다. 세수 추계의 본예산 대비 오차가 18% 수준인 건 심각한 문제다.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의 3대 세목 모두에서 착오가 빚어졌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실적 호조로 9월말 기준 연간 목표세수의 99%가 넘는 65조2000억 원 들어왔다. 소득세도 집값 폭등으로 양도세가 급증했고, 기업의 임금상승으로 근로소득세가 많이 늘었다.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부가세 또한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입을 보이고 있다. 작년 코로나19로 경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가 올해 반등하는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그럼에도 초과세수가 마치 남아도는 돈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뿌려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고 국가재정의 기본마저 무시한다. 자신들 대선후보를 위한 악성의 매표(買票) 행위에 다름없다.

세수 전망은 예측치에 불과하고, 세금이 더 걷힌다고 재정의 여유가 아니다. 올해 50조 원의 초과세수가 예상되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9월까지 74조7000억 원 적자다. 이 적자는 고스란히 나랏빚이다.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국가채무는 9월말 926조6000억 원으로 작년말 815조2000억 원보다 100조 원 이상 늘었다.

국가재정법에는 초과세수의 40%를 지방교부금으로 지출하게 돼 있다. 또 남는 세계잉여금 30%씩을 공적자금과 국채 상환에 쓰도록 규정했다. 기재부는 법을 지켜야 하고, 예외적으로 초과세수를 전용하더라도 전 국민 지원금보다 소상공인의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의 부족한 재원에 충당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밀어붙이면 기재부가 버티기 어렵다. 과거 홍 부총리는 여러 차례 여당의 선심성 퍼주기 재정지출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결국 압박에 굴복해왔다. 더 이상 이런 잘못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초과세수는 반드시 법이 정한 용도대로 써야 한다. 당장 빚부터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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