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도 지적한 정은보 금감원장의 '親시장 금융감독' 행보

입력 2021-11-19 05:00 수정 2021-11-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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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감독ㆍ검사 제재 개편의지…소비자보호 조치 역행 비판 커져
靑 문제 제기, 답변서 제출…생명·손해보험업계 CEO 간담회도 취소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시장 친화적인 금융감독 기조 변화에 청와대도 경종을 울렸다.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사전예방적 감독에 무게를 두는 검사시스템 개편에 금감원 내부는 물론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청와대에서 직접 우려를 표한 것이다.

18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청와대는 최근 정 원장에게 금융감독기조 변화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다. 정 원장은 청와대가 금융감독 기조 변화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 답변서를 작성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 이후 사전 감독보다 사후 감독을, 규제가 아닌 지원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는 금감원이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검사·제재태스크포스(TF)를 직접 꾸려 기존 감독·검사제재 방식 개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예정했던 우리금융지주 종합검사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결정에 일부 임원들이 이견을 제기하며 조기 퇴임하는 등 자칫 내홍에 휩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원장은 결과적으로 윤석헌 전 원장 시절 부활시킨 종합검사를 최소화 또는 폐지하고, 수시검사나 상시검사를 중심에 놓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유여한 금융감독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정 원장의 친시장적 정책으로 검사 부담, 제재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며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친(親)시장적인 금융감독 방향을 놓고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의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사모펀드 제재와 관련해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기존 감독·검사 방향이 잘못됐다고 공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모펀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가 아직 진행 중이고, 분쟁조정 역시 마무리 안 된 상황에서 금융감독을 완화하는 것은 결국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금융회사 구제에 더 중점을 둔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국회 여권 내부에서도 정 원장의 금융감독 방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당청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정 원장은 친시장 행보에 급제동을 걸었다. 유보했던 우리금융 종합검사도 다음 달에 재개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가 중요한 시점이고 사모펀드 분쟁이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서 금융감독 기조 변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 금감원장도 스탠스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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