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메타버스가 별거냐”…옛 게임에도 존재하는 메타버스 요소는

입력 2021-11-19 16:03 수정 2021-11-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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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상 공간에서 일하고, 돈을 벌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세상. 3차원의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으며, 메타버스를 도입한다거나 메타버스 기술에 투자한다고 하면 곧바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은 메타버스를 선점할 경우, 미래 성장 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MZ세대들에게 메타버스 세상은 더 이상 낯선 세상이 아니며, 그들이 살아갈 미래일 수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여전히 낯선 미지의 세계다.

그런데 과거 리니지, 마비노기 등 게임을 했던 기성세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메타버스 세상을 접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사실 가상세계에서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맥을 같이 한다. 게이머들은 이미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를 부분적으로 체험하고 즐겨온 셈이다. 메타버스와 유사했던 옛 게임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마비노기 홈페이지 캡처)
▲(마비노기 홈페이지 캡처)

“모닥불 모여 ‘불멍’이 메인 콘텐츠” 생활형 RPG ‘마비노기’

마비노기는 2004년부터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MMORPG 게임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유료 정액제로 운영해 2시간 무료 플레이를 제공했다. 다만, 특정 장소에서는 2시간 이후에도 접속 종료가 되지 않아 무료 접속 시간 이후 해당 장소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다수 유저들의 일상이었다.

또한, 채광·제련·사금 채취·목공·낚시·채집·요리·방직·염색·악기 연주 등등 다양한 생활·취미도 스킬화돼 숙련도 단련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자리에서 한 동작을 반복해야 했는데, 사람들끼리 모닥불을 피워 놓고 스킬 숙련도를 높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마비노기 메인 콘텐츠는 캠프파이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다수 옛 유저들에게 마비노기는 생활형 RPG였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일면 메타버스와 닮았다.

▲(군주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현재 진행 중인 군주 온라인 군주 선출 공지
▲(군주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현재 진행 중인 군주 온라인 군주 선출 공지

“지도자도 직접 선출한다” 서버 대표자가 게임 운영에도 참여하는 ‘군주 온라인’

2004년부터 서비스 중인 군주 온라인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게임 시스템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도입한 MMORPG 게임이다. 마비노기와 같이 전투와 사냥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제작·판매해 게임 내 재화를 벌 수 있다. 아이템 가격을 유저가 정할 수 있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세가 형성된다. 시세와 재화 가치에 따라 게임 내에서 실제로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군주 온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서버마다 일반 유저 중 ‘군주’를 선출해 게임 운영 일부를 맡긴다는 것이다. 군주는 조세를 걷고, 서버 내 법률을 제정하며 물의를 빚은 유저를 감옥에 가둬 접속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군주의 임기는 72일로, 1년에 5번꼴로 새로운 군주를 선출한다.

각 마을마다도 ‘대행수’라는 총괄책임자를 뽑아 마을 운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줘 마을 내 시설을 담당하는 ‘행수’ 유저를 임명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최근 18주년을 맞은 군주 온라인은 현재까지도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지배 집단 폭거에 혁명 일으키기도” 리니지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 시리즈는 유저들이 모여 ‘혈맹’을 형성하고 이들 혈맹 간에 전쟁을 통해 영지를 뺏고 빼앗기는 ‘공성전’이 주된 콘텐츠다. 혈맹은 자신이 지배한 성에 세금을 책정하고 걷는 등 지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리니지2’에서는 특정 혈맹이 득세한 뒤 유저들을 핍박하기도 했다. 이에 2004년에는 다수 유저들이 항거를 일으켜 해당 혈맹을 몰아내는 해방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래곤나이츠’(이하 DK)라는 이름의 혈맹이 바츠 서버를 장악한 뒤 길드원을 제외한 일반 유저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등 이익을 독점하자 반 DK 연합군이 결성됐다. 연합군이 고전하자 다른 서버 유저들도 힘을 모아 반 DK 연합군에 합류해 DK를 몰아내기에 이른다.

‘바츠 해방전쟁’이라고도 불리는 두 세력 간의 충돌에는 연간 약 20만 명의 유저가 참여했다고 한다. 당시 온라인 게임 내에서 사회적 움직임이 형성된 사례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다른 온라인 RPG 게임들, 혹은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샌드박스 게임들도 넓은 의미에서 메타버스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어렵고 낯선 개념이 아니다.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체험해왔다. 메타버스를 체험하고자 한다면 메타버스 플랫폼 뿐만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도 친숙하고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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