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세번째 역사결의,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

입력 2021-1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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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사)중국경영연구소장

제4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컨퍼런스 주제발표 초청을 받아 오랜만에 중국 출장을 왔다. 시기적으로 수입박람회 그리고 13회째 접어든 광군제의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하는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차분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최근 중국 코로나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방역을 더욱 강화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의 정치 메커니즘이 모든 경제이슈를 삼키고 있는 듯하다.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면서 모든 대내외 이슈가 ‘시진핑’ 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호텔 방에서 흘러나오는 TV 방송은 대부분 공산당의 정체성과 치적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찬양하는 콘텐츠로 거의 도배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40년 만에 세 번째로 ‘역사결의’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역사결의’는 ‘당의 100년 투쟁 중요 성과와 역사경험에 관한 중국 공산당 중앙의 결의’의 줄임말이다. 이번 통과된 역사결의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내년 10월 개최될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 확정을 위한 시진핑 주석의 명분과 당위성을 더욱 확고히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오쩌둥은 1945년, 덩샤오핑은 1981년 역사결의를 통해 정치적 지위와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시진핑의 세 번째 역사결의는 신중국을 세운 마오쩌둥,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을 선도한 덩샤오핑과 동급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말은 이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강한 중국을 외치는 시진핑의 정치사상이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며 본격화되고 있다. 일어선 중국(마오쩌둥)-부자 된 중국(덩샤오핑)-강해지는 중국몽(시진핑)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내부 정쟁의 불필요한 잡음과 이슈를 사전에 방지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역사결의는 공산당의 핵심계층인 중앙위원의 토론과 표결에 의해 결정되고, 일반적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의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는 게 원칙이다. 마오쩌둥은 과거를 부정하고 유일한 통치체제를 주장했고, 덩샤오핑도 개혁개방을 강조하면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비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세 번째 역사결의 공보를 보면 지난 공산당 100년간의 투쟁을 회고하고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의 기존 지도부의 업적을 모두 균등하게 언급했다.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기존 지도자를 포용하면서 집단 단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권력을 두고 벌이는 중국 내부의 막후투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순조롭게 내년 10월 20차 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시 주석의 묘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이 꿈꾸는 미래의 중국은 무엇일까? 시진핑 주석이 1기 집권을 시작한 2013년은 이미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자리매김한 중요한 해다. G2의 바톤을 이어받은 5세대 지도자인 시 주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세계 1위 경제강국 건설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청나라 황제의 옷을 입고 샴페인을 들고 있는 합성사진이 2013년 5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로 등장한 적이 있다.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Let’s party like it’s 1793(1793년처럼 파티하자)”이라는 표지 타이틀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과거 청나라 시대 세계 1위 경제대국의 번영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속내이다. 청나라 말기인 1700~1820년 중국은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2.9%를 차지할 정도로 대국의 번성기를 누렸다. 시 주석의 캐치프레이즈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둘째, 자칫 잘못하면 과거 청나라의 실패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지 제목 속의 1793년은 영국의 메카트니 사절단이 청나라 건륭황제를 알현하고 통상개방을 건의한 해이다. 그리고 47년이 지난 1840년 아편전쟁이 일어났고, 그 후 청나라는 급속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시 주석은 누구보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과거 대외마찰을 피하고 몸을 낮춰 힘을 기르라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해야 할 일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제 중국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외교, 군사, 경제 등 분야에서 몸집이 커진 상태이다. 시 주석의 중국은 세계규칙 추종자에서 세계규칙 제정자로, 미국을 향해 더욱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할 것이다.

결국 미중관계의 살얼음판 같은 대립과 마찰은 우리 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더욱 강력하게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단편적인 시야가 아닌 긴 호흡으로 미중 전략경쟁을 지켜봐야 한다. 좀 더 균형적인 안목과 해법을 모색하면서 우리의 역량과 존재감을 더욱 배가시켜 나가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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