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5·18 사과 없이 사망한 전두환… 철권 통치·군부 독재의 야욕

입력 2021-11-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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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백담사로 유배 떠난 날, 눈감은 전두환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 앞 전광판에 전씨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 앞 전광판에 전씨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철권으로 국정을 다스린 군부 독재자, 전 대통령 전두환 씨가 향년 9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전 씨는 23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전 씨가 숨진 이날은 공교롭게도 33년 전 그가 백담사로 유배를 떠난 날과 같다. 11대, 12대 대통령을 지낸 그는 지난달 26일 육군사관학교 동기생이자 12·12 군사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뒤 2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전 씨는 육군사관학교 11기로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해 정치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으며 실권자로 떠올랐다. 같은 해 12월 12일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과 함께 정권 찬탈을 위한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1980년 5월 ‘서울의 봄’으로 알려진 당시 국민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자, 전 씨는 정세 불안 해소를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전국에 확대했다. 정당, 정치 활동 금지 및 국회 폐쇄 조치를 내렸고 영장 없이 정치인, 재야인사, 대학생을 구속하는 등 민주화 세력을 본격 탄압했다. 5월 18일 광주에서 ‘계엄령 철폐’,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항의시위가 발생했다. 같은 달 27일까지 광주에서 계속된 계엄군의 진압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번져나갔다. 특히 광주 시민을 향한 ‘최종 발포 명령’의 책임을 두고 전두환 측과 시민단체 측의 입장이 분분하다. 이에 관련 단체들은 “국가전복과 5·18학살 주범, 민간인 대학살 책임자”라고 평가했다. 부인 이순자 씨는 2017년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통해 “당시 수사책임자인 동시에 정보책임자였던 그분은 결코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며 전 씨를 두둔했다. 이 밖에도 전 씨는 ‘보도 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는 폐쇄 또는 통폐합하도록 강요했다. 이른바 ‘땡전뉴스’, 오후 9시 시보가 울리면 TV 뉴스는 전 전 대통령의 일상에 대한 보도로 시작했다. 숨질 때까지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사과를 남기지 않았다.

전 씨는 야간통행 금지 조치 해제와 학원 두발·복장 자율화 등을 시행하며 정권에 반발하는 세력에 대한 유화 정책에도 주력했다. 특히 스크린(Screen)·스포츠(Sports)·섹스(Sex)를 일컫는 ‘3S 정책’은 전 씨가 펼친 대표적인 우민화(愚民化) 정책이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에게 공이 없는 건 아니다. 경제 부문에선 3저 호황(원유가격 하락·달러 가치 하락·국제금리 하락)을 발판으로 높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신 NYT에 따르면, 전 씨는 박정희 정권을 물려받아 급속도로 성장할 때 집권해 “한국은 만성 인플레이션을 극복했고,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연간 평균 10%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역할에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전권을 맡겼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통해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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