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투자 확대 지속할 듯…中 공장 두곤 ‘복잡한 셈법’

입력 2021-11-24 11:18 수정 2021-11-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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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망 확보 위한 미ㆍ중 패권 경쟁 지속 예상
美 정부의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대한 제재 확대 우려
삼성전자, 20조 원 투자ㆍ반도체 외교 등 동맹관계 다져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법인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법인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ㆍ중 패권 경쟁 속에 삼성전자가 당분간 미국 투자를 지속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 확정 등 삼성전자의 투자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동참,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약 10일간의 북미 출장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악관과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을 방문하며 ‘반도체 외교’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은 미국 연방의회를 찾아 반도체 투자 지원 법안 담당 핵심 의원들을 만나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의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다음날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방안과 연방 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에 대해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톈진, 쑤저우 등 중국 현지에 주력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승기를 잡기 위해 최대 시장인 중국을 제2의 생산기지로 운용 중인 반도체 업체들에 경고장을 날리면서 업체들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중국 청두 공장에 반도체 핵심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 확장을 계획했다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철회한 바 있다. 이어 미국의 반대로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에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 장비 반입 계획이 무산됐다는 일부 외신보도도 나왔다.

이를 두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2일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중국 우시 공장 EUV 장비 반입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라며 “(미국과) 앞으로 협조하면서 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V 장비는 D램과 파운드리 공정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비교적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EUV 장비 반입 제재를 시작으로 반도체 장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도 공정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당분간 EUV 장비가 중국에 반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적층이 공정 이슈인 V낸드도 D램처럼 장비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만일 이와 관련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때 미국에서 제동을 건다면 기업으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 회견장에서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 회견장에서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특히 미국이 대만 TSMC,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비롯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정보 제출을 요구는 물론,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삼성 파운드리 공장 신규 투자 환영 성명에서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야심을 재확인할 수 있다.

백악관은 성명서를 통해 “삼성이 텍사스에 새로운 반도체 시설 건설해 우리 공급망을 보호하고 제조 기반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발표를 환영한다”며 ”미국의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기지가 동아시아에 치중돼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미국의 조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ㆍ중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며, 생산거점 다양화 등의 방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중국 내 제조 시설 구축은 사실상 어렵다”라며 “시설에 들어가는 장비가 대부분 미국, 일본, 유럽산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전략적 선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고객을 위해 미국에 제조 시설을 구축하는 것으로 가닥 잡았고, 중국 고객은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해서 가면 되는 것”이라며 “굳이 생산거점을 여기저기 만들 필요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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