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는 권력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입력 2021-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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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개인 또는 집단의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첫 번째 문구다. 이 문장은 기자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통해 권력을 견제하는 일, 그게 언론의 핵심 역할이고 기자의 가치다. 어떤 권력 앞에서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권리는 기자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혜택이다.

“여기 기자들 모두 20·30인데 얘기 안 하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여당 출입 기자 선배의 외침은 윤리강령 첫 번째 문구를 실천하기 위한 투쟁으로 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던진 말이다. 질문해야 쓸 말도 생기는데 아무런 대응 없이 지나간 이 후보의 태도에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 주변에선 기자들의 질문을 끊기 급급하다. 최근에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기자들이 달라붙자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며 “직접 취재해보십시오”라는 말을 던졌다. 기자들의 권리를 뺏어 버리는 가슴 아픈 일이다.

존경하는 은사이자 오랜 기간 종합지 기자를 지냈던 교수는 기자란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말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질문하길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그랬다. 기자의 질문은 5000만 명의 국민을 대표하는 물음이라고, 나는 그렇게 배웠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기자를 불편한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안타깝다. 권력이 눈앞에 왔기에 비판을 쏟아내는 언론이 마뜩잖은가보다. 그럴 때일수록 언론은 더더욱 눈치를 보지 않고 잘못된 일엔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을 지낸 빌 코바치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관해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하라”고 얘기했다. 기자는 권력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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