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미성년자 형상 리얼돌 수입 안돼" 판결에도 논란 여전

입력 2021-11-25 15:33 수정 2021-11-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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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미성년자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성기구)’의 통관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습니다. (관련기사 : 대법 “미성년 본뜬 리얼돌 수입 보류처분 정당…아동 성범죄 위험 증대”)

당연한 결과입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성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성인 여성의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리얼돌’은 어떨까요?

성인 여성을 본뜬 리얼돌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진행중입니다. “성인 여성 모양의 리얼돌도 잘못된 성적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의견과 “사적인 영역이므로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얼돌 수입업체 A사는 지난 14일 ‘관세청, 리얼돌 보류건 통관 시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사는 “관세청이 2019년 6월 대법원의 리얼돌 통관 허용 판결에도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는 핑계로 리얼돌 통관을 다시 막았다”면서 “하지만 이에 포기하지 않고 세관 상대로 소송을 청구해 2021년 10월15일 다시 한번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세관에서 통관 보류해 행정소송 진행 중인 리얼돌 제품 다수가 모두 세관 통관보류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고 있다”면서 “세관의 항소·상고 모두 기각돼 최종 판결을 확정받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관에서 판결 확정받지 않은 보류 건도 모두 소송을 포기하고 있어 A사에서 정식 수입하는 리얼돌 제품에 대해서는 보류 처분 없이 바로 통관이 가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리얼돌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리얼돌의 첫 수입 허가 판결 당시에도 논란은 상당했습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리얼돌 갈등은 단순 찬반양론을 넘어 남녀 갈등 양상을 빚었는데요.

당시 이투데이에서는 20~30대 남녀 각각 40명에게 리얼돌 판매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남성 응답자의 77%(31명)는 리얼돌 판매에 찬성했으나 여성은 92%(37명)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리얼돌 수입·판매에 대한 전체 의견은 반대가 57%(남성 9명, 여성 37명)를 기록했죠.

설문에 참여했던 20대 한 여성은 “인형이든 인공지능(AI)이든 물체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사회·문화적으로 착취적인 성문화가 굳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단순히 인형이 인격이 없으므로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 인형이 여성들이 쓰는 성기구와 뭐가 다르냐는 식의 일부 남성들의 주장은 혐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남성 참여자는 “보통 성기구 같은 것은 개인의 취향과 자유로 구매할 수 있는데 리얼돌만 금지해야 한다거나, 이게 강간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남녀간 입장차가 뚜렷하죠! 최근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여초 성향의 커뮤니티 회원인 20대 여성은 “미성년자 버전 리얼돌에 대해서는 아동에 대한 잘못된 성적 환상을 심어준다고 반대하면서 왜 성인 여성 모양의 리얼돌에는 그게 적용되지 않냐”고 반문하며 “앞으로 생길 악영향이나 피해까지 선택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반해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에 동의한다는 20대 남성 네티즌은 “리얼돌도 그저 개인의 성욕구를 해소하는 기구의 하나일 뿐”이라며 “개인의 취향일 뿐인 성기구를 놓고 인간의 존엄성을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리얼돌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제작·유통·판매 모두가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법리적인 측면에서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 존재하죠. 다만 리얼돌의 수입 자체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하더라고 이번 미성년 리얼돌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는 것과 같은 보완적인 규제 방안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얼돌은 사람의 형상과 거의 흡사한 실물이기에 여성의 신체나 성 관념 등에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어 무분별한 수입과 유통은 지양돼야 한다”며 “리얼돌 산업 기준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관련 법 개정과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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