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가공식품과 외식메뉴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현실화했다.
우유, 참치, 라면, 치킨, 햄버거 주요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원재료 가격이 오른 경우는 라면과 햄버거 정도다. 우유와 치킨의 주재료인 원유(原乳)와 육계 가격은 보합세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그럼에도 가격이 인상된 배경은 무엇일까. 부재료의 가격과 물류비용 인상 등이 원인이다.
25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팜유, 밀, 커피 등 원재료 선물 가격이 폭등하며 식품·외식업계의 줄인상이 이어진 배경은 원재료보다 부재료의 인상폭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 업계 1위인 교촌 치킨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10호(950~1050g) 육계의 가격은 오히려 연초대비 내림세다. 한국육계협회의 시세정보에 따르면 10호 닭의 1월 가격은 1㎏당 3996원에 달했다. 11월 기준 가격은 2951원으로 1000원 이상 내렸다. 11월 가격은 2018년 평균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촌치킨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지난 22일부터 교촌오리지날 등 오리지날 메뉴 한마리와 순살메뉴를 각각 1000원씩 인상했고 윙봉 제품 등 부분육 메뉴는 2000원씩 올렸다. 교촌의 원가 부담의 원인은 닭이 아닌 기름과 물류비용 등이다. 교촌은 카놀라유를 튀김유로 사용한다. 카놀라유는 올초만해도 톤당 106만 원대에 거래됐으나 지난 9월 기준 190만 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카놀라유의 가격이 2배 이상 치솟은 것이 교촌이 가맹점과 협의해 가격을 올린 배경이다.
원유 선물 가격 역시 국제 시세는 10%대 초반에 오르는데 그쳤고 국산 원유 가격도 8월1일부터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랐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우유소비가 줄었음에도 원유가격이 오른 이유 역시 젖소 사료의 원료인 옥수수 가격 인상이 한몫했다. 옥수수 가격은 부셀당 1년 새 20% 가까이 올라 농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유 가격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을 필두로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hy가 최저 4.9%에서 최고 6.1%까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치킨과 우유가 부재료 가격 인상으로 판매가격이 올랐다면 햄버거와 라면, 참치의 경우 원부재료의 동시 가격 인상으로 제품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
햄버거 빵과 라면 원재료인 밀 가격은 부셀당 836.75달러로 연초대비 30% 이상 올랐다. 라면(유탕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팜유도 톤당 4916링깃으로 전년대비 36.56% 가격이 뛰었다.
이에 따라 롯데리아는 내달 1일부터 평균4.1% 가격을 인상키로 결정했다. 동원F&B는 국제 어가 인상과 식용유지 가격 인상으로 참치가격을 평균 6.4% 인상했다.
라면 가격은 지난 8월 오뚜기가 가격인상의 선봉에 서면서 농심, 삼양식품, 팔도가 잇따라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라면 가격은 오뚜기가 11.9% 인상한 것을 비롯해 각 사가 6.9~7.8% 가격을 올렸다.
햄버거에 이은 가격 인상 품목으로는 커피가 꼽힌다. 현재 커피 가격은 파운드당 244.5달러로 1년새 2배 가까이 시세가 급등했다. 여기에 우유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아메리카노는 물론 라떼류의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업계 선두주자들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4000원대 중후반인 상황에서 내년에는 5000원 짜리 아메리카노가 등장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와 부재료의 가격이 동반 상승한 품목이 상당한데다 쌀 가격은 하락세지만 비료 가격이 오르면서 내년 쌀 값 인상 우려마저 커졌다"며 "내년에는 커피와 쌀 가공식품이 가격 인상 1순위로 꼽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