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약발도 안 먹히네”...중남미 인플레 10% 비명

입력 2021-11-26 12:53 수정 2021-11-2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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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연간 물가상승률 11% 육박
멕시코 4차례 연속 금리 인상
"공급망 쇼크, 통화정책으로 대응 불가"

▲터키 앙카라 과일 가게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앙카라/AP연합뉴스
▲터키 앙카라 과일 가게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앙카라/AP연합뉴스
전 세계 국가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거침없이 뛰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인플레이션이 금리인상으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중남미 국가들이 높은 물가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정지가 전달 대비 1.17% 증가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9개 품목 전체에서 물가가 올랐다.

브라질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1%에 육박하고 멕시코와 칠레가 각각 6.2%, 6%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는 무려 52%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연말 중남미 지역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10.6%에 도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남미 주요국들은 물가가 치솟자 일찌감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브라질은 3월 이후 기준금리를 5.75%포인트 인상했다. 3월 2%였던 금리를 8개월 사이 7.75%로 올린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12월 추가로 1.50%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려 5%로, 칠레도 지난 3개월 새 0.5%에서 2.75%로 가파른 인상을 단행했다. 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물가는 기대와 달리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격적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지 못하는 이유로 최근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배경이 꼽힌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 원자재 가격 폭등이 결합해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정부의 ‘퍼주기’ 정책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건스탠리 중남미 수석 이코노미스트 안드레 루이스는 “공급 쇼크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남미 지역의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이론에서 자기실현적 예언은 같은 상황이라도 경제주체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수십 년간 높은 물가에 시달린 중남미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란 생각으로 행동하면서 물가가 진짜 더 오르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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