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ㆍ승무원 인력난 처한 美 항공업계…한국은 "걱정 없다" 왜?

입력 2021-11-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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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감원한 미국, 정상화에 차질…한국은 휴직으로 버티는 중

▲10월 11일(현지시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수백편 항공편이 취소된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국제공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카운터 앞에 승객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10월 11일(현지시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수백편 항공편이 취소된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국제공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카운터 앞에 승객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미국 항공업계가 여객 수요 회복에도 구인난을 겪으며 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한국은 이 같은 어려움이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간 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많고, 업계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에 맞춰 인력을 보강하고 있어서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 업계는 조종사와 승무원, 지상직 등 인력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입국을 허용하면서 국제선 운항이 재개됐고, 연말 휴식기를 맞아 국내선 수요도 급속히 늘었다.

늘어난 비행편을 감당하기 위해 미 주요 항공사들은 인력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는 올해에만 조종사와 승무원 4200명을 채용하고, 내년에는 9000명을 더 뽑을 전망이다. 그런데도 인력 충원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며 항공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에만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이 인력 부족으로 항공편 결항 사태를 겪었다.

미국 항공업계의 인력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행된 대규모 감원 결정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는 지난해 여행객이 급감하자 수천 명의 조종사와 승무원을 해고하거나 조기 퇴직시켰다. 아메리칸항공은 5000명을 해고했고, 델타항공은 조종사와 승무원 9만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한국과 달리 노동 유연성이 높아 인력 감축을 쉽게 단행할 수 있었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재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안내.  (뉴시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재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안내. (뉴시스)

반면, 한국은 미국에서 벌어진 항공 구인난을 겪을 우려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는 해고 대신 유급 또는 무급휴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있다. 정부는 항공사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며 업계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을 기준으로 항공 업계는 고용 수준 94%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형항공사(FSC)는 국제선 운항 감소로 직원 약 62%, 저비용항공사(LCC)는 국내선 운항 회복에 따라 약 55%가 여전히 휴직 중이다.

일부 항공사는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며 위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8월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신규 조종사를 두 자릿수 채용했다. 신생 LCC인 에어로케이항공은 조종사와 승무원을, 한국공항과 샤프 등 지상 조업사도 관련 인력을 뽑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승무원 등 인력을 감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만 하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라면서도 “일정 기간 재교육 등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미국에서 벌어진 인력난을 겪을 우려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조종사가 면장(면허)을 유지할 수 있는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조종사는 면장 외에도 항공기별 비행 경험을 유지해야 한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조종사는 90일 안에 해당 기종의 이ㆍ착륙을 각각 3회 이상 경험해야 한다.

국토부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한 훈련을 모의비행장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력이 없는 일부 항공사는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A380을 조종사 훈련을 위해 빈 채로 띄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종사가 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행 일정을 마련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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