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조정 국면?…부동산펀드 자금 이탈 속도

입력 2021-11-28 17:00 수정 2021-11-2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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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등 여파, 매수 심리 위축
서울 아파트 물량 석달새 25% 늘어
전국 집값 '주춤' 대구 80주만에 하락
부동산 펀드 3개월간 1297억 유출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중위험 중수익을 쫓는 투자자 김모(55) 씨는 지난주 부동산 공모펀드에서 5000만 원을 뺐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소식을 접했고, 한국은행마저 기준금리를 올려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동산펀드가 아직은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을 내기에는 주변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뭉칫돈을 빨아들이던 부동산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인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적금 금리마저 뛰자 투자자들이 부동산펀드에서 발을 빼고 대안 투자처를 찾는 모습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9~11월 현재) 국내 부동산펀드에서 1297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국내 부동산펀드에서 유출된 총 금액이 1971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3개월 새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유형별로는 부동산임대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이 149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 부동산펀드도 국내 펀드와 사정이 비슷하다. 이 기간 해외 부동산펀드에서 유출된 금액이 869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천정부지로 오르던 부동산 시장은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심리는 위축됐고,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매매+전세+월세) 건수는 28일 현재 9만5372건이다. 9월 1일만 해도 7만6566건이었으나 석 달 새 24.6%(1만8806건)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 증가는 매매보다 전세와 월세가 이끌었다. 매매 물량은 이 기간 13.7%(5419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전세 물량은 40.8%(9002건), 월세는 29.2%(4385건) 증가했다.

물량이 쌓이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넷째 주(22일 기준) 0.11%로 전주(0.13%)보다 0.02%p 상승 폭이 축소됐다. 매매수급지수(매수심리) 역시 최근 2주간(99.6, 98.6)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져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모습이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신규 공급이 많은 세종과 대구에서는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세종은 7월 마지막 주 이후 18주 연속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대구는 15일 기준으로 80주 만에 하락 전환한 뒤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H공인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던 때랑 지금의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며 "대출 규제의 영향도 있고, 집값이 조정된다는 분위기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매수가 정체되며 물량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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