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ㆍ차석용ㆍ조운호…장수 CEO로 살아온 그들의 비결은?

입력 2021-11-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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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농심 부회장 (농심)
▲박준 농심 부회장 (농심)
12월 1일자로 농심 박준(73)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유임됐다. 박 부회장은 2005년 농심의 국제사업 총괄 사장에 오르면서 전문경영인의 길에 들어섰다. 박 부회장은 고 신춘호 회장 때부터 농심과 인연을 맺은 이래 올해 2세인 신동원 회장이 경영을 물려받은 후까지 16년째 자리를 이어가게 됐다. 박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병학 생산부문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이끌어가게 된다.

식품업계 대표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박 부회장처럼 소비재 기업에는 유독 '장기집권' CEO가 많다. 최근들어 유통업계에서 실적 부진이나 조직 내부 갈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수장직을 내려놓는 CEO들이 적지 않은 상황과 대비된다. 순혈주의가 사라지고 외부 인사 수혈이 잇따르는 유통업계와 달리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기업은 10년 이상 전문경영인의 길을 걸어온 장수 CEO가 많다.

30일 이투데이가 분석한 전문경영인 근속연수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하이트진로음료 조운호 대표 등 소비재 기업에는 10여명의 CEO가 10년 이상 기업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
최장수 CEO는 단연 차석용(68) LG생활건강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초로 부회장에 올랐다. 차 부회장은 올해로 만 25년째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오른지도 16년이다. 차 부회장은 1996년 한국P&G 사업본부 대표로 CEO를 시작해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5년 LG생활건강에 둥지를 튼 후 66분기 연속 영업이익 성장 신화를 썼다. 그가 부임한 이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40배 이상 성장했다. 그의 놀라운 경영능력은 ‘차석용 매직’이라는 용어로 불릴 정도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하이트진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음료를 이끌고 있는 조운호(59) 대표는 히트상품 제조기로 유명하다. 웅진식품에서 '초록매실', '아침햇살'에 이어 '하늘보리'까지 잇단 히트상품을 쏘아올린 조 대표는 하이트진로음료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또 한번 저력을 확인시켰다. '하늘보리가' 최강자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오던 보리차 시장에 하이트진로음료에 합류한 조 대표가 ‘블랙보리’를 내세워 친정인 웅진식품을 위협하는 2위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조 대표는 1999년 웅진식품 CEO에 오른 후 22년간 CEO 직함을 달고 있다.

이석구(72)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사업부분 대표도 장수 CEO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조선호텔과 스타벅스코리아 사장을 거친 그는 20년째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를 바꿔가며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 오리온홀딩스 허인철(61) 부회장, 하이트진로 김인규(59) 대표, 오규식(63) LF 부회장 등도 10년 이상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처럼 소비재 기업에 장수 CEO가 많은 것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면서도 스테디셀러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연승 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제조업 기반인 소비재 기업은 스테디셀러 제품이 많고 그만큼 스테디셀러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전문경영인으로 선호해 왔다”며 “유통채널은 온라인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데 비해 제조업은 이보다는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것도 장수 CEO를 배출해낸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소비재 기업도 신제품과 신사업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요구되는 만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장수 CEO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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