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택받지 못한 상장사 55.8%

입력 2021-12-02 14:32 수정 2021-12-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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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명 남짓한 인원으로는 엄두도 못 냅니다, 더 잘 아시잖아요.” 기자가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커버리지’ 종목이 한정적이라 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인기가 있거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국한해 다룰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투자자들에게 기업분석을 통해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유망한 곳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기회를 발굴하고 적정 가치를 매겨 주가를 예측하는 게 주된 업무다. 하지만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커버리지 종목은 상장회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증권사의 커버리지 종목은 1041개로 집계됐다. 지난해(943개)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적은 수다. 전체 상장사(2350개)의 44.2%에 불과하다. 리서치센터 커버리지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력과 예산 등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리서치센터 항변이지만 투자자들의 경고를 흘려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업체에 가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55.8%(1309개)의 상장사 중에서는 또 다른 테슬라가 돼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혁신 주도주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분석보고서가 대형 상장사에 치우쳐있는 것 역시 문제로 꼽힌다. 전체 보고서 1만5992개 중 발행 빈도가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21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LG전자(152개), SK하이닉스(144개), 현대차(143개), 엔씨소프트(141개), 카카오(140개) 순이었다. 상장된 중소형사 중에선 1년에 보고서가 단 한 건 나온 곳이 수두룩하다.

투자자에게 유망 종목을 발굴해 알려주기보다 ‘누구나 알 만한’ 기업에만 집중하는 증권사 태도는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이렇다 보니 투자 기회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 격언처럼 대형 종목 쏠림 현상은 리서치센터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덧붙여 커버리지를 다양화하는 것 증시에 대거 뛰어든 투자자를 잡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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