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밥상물가'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3분기(7∼9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로, 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1분기(3.0%) 이후 9년여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다만 OECD가 연간 물가 상승률을 공표하는 34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벨기에와 같은 공동 20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유가 상승, 공급망 차질, 경제활동 재개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밥상물가로 좁혀보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3분기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5.0%)은 터키(27.6%), 콜롬비아(11.2%), 호주(10.6%), 멕시코(8.0%)의 뒤를 이었으며, 칠레는 우리나라와 같았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체는 OECD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밥상물가만큼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1분기(1.7%), 2분기(2.5%), 3분기(6.4%), 4분기(7.1%), 올해 1분기(8.2%), 2분기(7.3%), 3분기(5.0%) 등 7개 분기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3분기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른 식료품·비주류 음료 품목은 달걀(51.6%), 배(45.2%), 사과(34.6%), 마늘(28.1%), 돼지고기(12.4%), 시금치(10.6%), 버섯(9.2%), 닭고기(7.9%), 국산 쇠고기(7.7%), 수입 쇠고기(7.3%), 햄·베이컨(7.0%), 빵(5.9%) 등이었다.'
지난 11월에도 밥상물가 오름세는 지속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에는 가공식품(3.5%)과 농·축·수산물(7.6%) 등의 강세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가 6.1%로 올랐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3.7%를 기록한 가운데,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기여도는 0.89%포인트(P) 수준이었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중 육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3% 급증했고, 우유, 치즈 및 달걀도 10.2%나 올랐다. 채소 및 해조(8.6%), 식용유지(8.4%), 빵 및 곡물(4.7%)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 중 채소류는 이른 한파와 병충해에 따른 작황 부진과 김장철 수요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9.3% 급증했다. 농·축·수산물 중 오이와 상추가 각각 99.0%, 72.0% 급등했다. 돼지고기(14.0%), 국산 쇠고기(9.2%), 수입 쇠고기(24.6%)의 가격도 일제히 오른 가운데, 달걀(32.7%)도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에 따른 재료비 인상으로 개인 서비스 중 외식 물가도 3.9% 급등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국제곡물 가격 강세 등에 따른 원재료비 인상 부담이 외식 및 가공식품 물가로도 확산되고 있다"며 "백신 접종 확대와 방역 조치 완화 등에 따라 내수여건이 개선되면서 개인서비스 중심으로 수요측 압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물가 위험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서민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과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