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금형ㆍ용접) 중소기업 B사는 올 7월부터 5~49인 사업체에 주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인력난과 코로나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 확보와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저하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굴한 '2021년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 과제'를 6일 정부에 전달했다.
핵심 전략산업 및 신산업 육성, 탄소중립 등 지원, 코로나19 대응, 고물가 대응, 정보보호제도 합리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식 규제 개선 등 총 63건이다.
먼저 핵심 전략산업 및 신산업 육성 부문에선 핵심 전략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도체 생산설비 방폭 규제 완화’, ‘반도체 연소기 완성검사 간소화’ 등을 건의했다. 미래차 상용화를 위해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 완화’도 요청했다. 또 국산 태양광 인버터 제품도 외국산 제품처럼 국제성적서를 인정해 줄 것을 강조했다.
탄소중립 지원 부문에선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처럼 총량관리대상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시에도 부가세를 면제해 줄 것을 건의했다. 총량관리대상 오염물질이란 대기관리권역법상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먼지를 말한다.
또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발생시 연소방산탑 행정처분 규제 완화,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주기 완화 등 탄소중립 현장 대응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했다. 연소방산탑은 불완전 연소로 남은 폐가스를 모아 자동 연소후 대기로 배출하는 시설이다.
경총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경영난 심화 시 산단내 부지 처분 제한 완화 △적격합병 과세특례 사후관리요건 완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항공업 비대면 및 대체교육 연장 △음식점 부가세 공제 확대를 건의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택배 물량 해소를 위한 택배차량 신규 증차시 톤급 상향(1.5톤 미만 → 2.5톤 이하)과 내국인 기피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택배업의 외국인 고용허가제 확대를 요청했다.
경총은 물가 안정을 위해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 0% 적용, 고물가를 반영한 건설공사 일반관리비 및 간접노무비 상한 확대 등을 건의했다.
정보보호제도를 합리화해 줄 것도 요청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한 차량 등록정보의 제조사 제공 제한을 완화하고, 지주회사의 경우 정보보호 최고책임자를 ‘임원급’에서 ‘부서장급’으로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총은 아날로그식 규제 개선도 촉구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과 산업‧직무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유연근로시간제도’와 노동경직성을 유발하는 ‘기간제‧파견근로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또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부당노동행위제도’와 69년 전에 도입된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개선을 요청했다. 44년이나 된 ‘택시차량 사용연한 제한’과 ‘택시업 최저임금 및 공휴일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산업 역동성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 환경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재정 확대로는 경제 살리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과감한 규제 혁파로 조속히 경제 활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규제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