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기후공학과 산업상 이용 가능성

입력 2021-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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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발명이 특허받기 위해서는 구성을 설명하면 되고 완성된 물건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연필의 한쪽 끝부분에 지우개를 결합하는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개념만 제시하면 된다. 발명은 새롭고(신규성) 종래 기술에서 쉽게 이끌어낼 수 없다면(진보성), 특허받을 수 있다.

여기에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특허법은, 신규성과 진보성에 앞선 특허요건으로 ‘산업상 이용 가능성’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오존층의 감소에 따른 자외선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구 표면 전체를 자외선 흡수 플라스틱 필름으로 둘러싸는 방법’은 개념은 분명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으므로, 특허 심사기준에서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없는 발명으로 본다.

1980년대 중반에 남극대륙 상공 오존층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발표되자 자외선 흡수 플라스틱 관련 발명이 전 세계 특허청에 출원되기도 했다. 지금 당장 실시할 수 없어도 장래 기술개발을 통해서 구현 가능한 기술도 특허를 받을 수 있으므로, 넓은 필름과 떠받쳐줄 위성 등을 제시하는 발명을 특허에서 배제하는 법규로 산업상 이용 가능성을 제시해야 했다. 특허의 희화화를 막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최근 기후위기가 문제 되자 기후공학으로 태양 복사 관리(Solar Radiation Management)를 주장하는 흐름도 있다. 일례로 성층권에 태양광 차단을 위한 나노 입자 연무를 살포해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을 줄이자는 제안은,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분출이 지표 온도를 2년간 0.5℃ 낮췄던 사례를 참고하자는 이야기다.

아직 심사기준에 기후공학을 이용한 발명은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없는 발명으로 예시되어 있지 않아서, 특허사무소로 이런 발명을 들고 오는 발명가를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럴 때는 오존층 구멍이 2006년부터 감소로 돌아선 이유를 설명한다.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모든 유엔 회원국이 합의해서 100여 종에 달하는 화학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고 대체물질을 개발해서라고.

파리협정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당사국 모두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니 참여 195개국 모두에 필요한 더 높은 효율의 재생에너지를 연구하라고 권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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