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두 달 뒤 시행된다. 기업들은 안전 체계를 점검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며 법 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혼란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을 자세히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안전체계 구축을 위해 얼마나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지,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불분명한 조항이 최종안에 다수 포함돼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법 자체가 해석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 로펌 등 외부에 법률 조언을 받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전과 보건 담당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안전ㆍ보건에 관한 업무를 관리할 전담 조직을 두고, 안전보건 책임자에게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계에서 채용하는 인원을 늘린 만큼 취업 시장에서 자격증이 신설되거나 유휴 인력이 몰리고 있다”라며 “안전 문제가 큰 틀에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영역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운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장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와 함께 안전 수칙을 재점검하고, 분위기 쇄신의 연장선에서 경영진이 안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로 그룹 차원에서 안전을 강조하는 공문이 수시로 내려왔다. 법 시행을 앞두고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다잡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인재 채용 시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있다. 자칫 병력이 있는 지원자를 채용했다가 산업재해 논란을 빚으면 최고경영자가 처벌될 수 있어서다.
다만,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안전사고는 돈을 무작정 투입하거나 매뉴얼을 강화한다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처벌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근로자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까지 회사가 책임지도록 한 점이 가장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그간 경영계는 종사자의 과실이 명백하면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면제하는 규정을 넣어 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지켰는데도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를 회사가 감독하려 하면 노조에선 인권침해라고 반발해 시정이 어렵다. 근로자에게도 안전 법규를 준수할 의무를 부여해야 책임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